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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욕봤소! 고맙소! 반갑소!

박성우 '아름다운 무단침입'

by 햇살나무 여운




하이고 얼매나 욕봤디야

누가 더 욕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노모도 웃고 동네 엄니들도 웃는다
콩잎맹키로 흔들림서
깨꽃맹키로 피어난다


- 박성우 '아름다운 무단침입' 중에서 -





욕봤소!

고맙소!

반갑소!


거짓과 폭력, 불안, 의심, 분열과 혐오로 점철된

고통과 불면의 긴긴 겨울밤을 지나

모두가 내상을 입고 넉 달만에 돌아왔소.

마침내 봄이요, 봄!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기쁨과 축복의 단비도 내리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그대들의 무단침입 덕분에

지켜진 봄이요, 맞이하는 봄이요.


게다가

동네 엄니들이 끓여주는 콩죽 깨죽처럼

부아가 나서 퉁퉁 부어오른 우리들의 속을 달래주려는 듯

사랑하는 아이에게 한 숟갈 한 숟갈

천천히 떠먹여 주는 듯

누가 먹어도 소화 잘되게

그토록 아름답고 친절하고 세심하고 다정한

판결문이라니!

정독 재독을 절로 부르오.


속이 참 편안하고 감사한 밤이오.

모처럼 두 다리 쭉 펴고 꿀잠 자겠소.

부디 그대도 좋은 꿈 꾸시오.


다시 한번,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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