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살아요

투지와 긍지

by 햇살나무 여운


며칠 째 서울까지 협업을 다니느라 새벽에 집을 나서는 사수는, 늦은 저녁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집 근처에서 한두 건을 더 해결해 주고 오겠다고 한다. 하루 종일 또 얼마나 어깨와 무릎을 갈아 넣었을까 안 봐도 훤히 그려지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까?


그런 사수를 보며 은근슬쩍 비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농담을 섞어가며 비웃기도 할 것이다.


"떼돈 벌겠네!"


"얼마나 부자가 되겠다고 그렇게까지 해?"


가장은 그래야 한단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나가 싸워 가족을 책임지고 지키고 먹여 살려야 한다고. 밖에 나가서 남한테 좋은 사람 하느라 오히려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을 속 터지게 하고 더 힘들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 왔다고 말하는 사수는, 지금 할 수 있을 때 단돈 몇만 원이라도 더 벌 수 있다면 쩨쩨하고 쪼잔하게 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깟 체면이 중요하냐며. 떼돈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떼돈이 쉽게 비웃고 무시하는 하찮은 푼돈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은 안다. 누군가는 하지는 않으면서 입으로만 떠드는 동안 누군가는 묵묵히 한다, 그저 손으로 해낸다. 그런 사수가 바라는 건 딱 하나, 사랑하는 식구들이 오래 건강하고 밥 잘 먹는 것 뿐이다.


"오는 길에 치킨 한 마리 값이라도 더 벌 수 있으면 좋잖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겨우 3만 원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한다. 무엇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떼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늦은 시간이라도 꼭 좀 해달라는 사람들의 부탁 때문이다. 게다가 늦은 시간 방문해 다급한 부탁을 들어줘도 그 푼돈을 깎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매번 온갖 모든 일에 꼭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해야 하는지 너무 세심하다 못해 소심한 거 아니냐고 철없이 말하는 조수에게 사수가 촌철살인을 날린다.


"소심한 사람이 아니라 소신이 있는 사람이지."


("내가 자꾸 그렇게 제목 뽑지 말랬죠?!" 하고는

조수는 또 설거지 하다 말고 그 말을 얼른 받아 적는다. 날아가버리기 전에.)


어떤 일이 닥쳐와도 물러서는 법도 핑계 대는 법도 모르는 사수는 정말로 매 순간 투지를 다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기꺼이 즐겁게! 그리고 조수는, 최선을 다한 그 투지 끝에 차오르는 사수의 긍지를 마치 제 것인 양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가 가리지 않고 투지를 다하는 바로 그 일이 무언가를 빼앗거나 해치는 일이 아니라 살리고 고치는 일이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야말로 가리지 않고 재지 않고 최선을 다해도 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사소하고 자잘한 일에까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손으로 사는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소신을 지키려면 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손이 하는 일은 그렇게나 정직하다. 아웃풋이 인풋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게다가 소신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고객의 신뢰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손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적당히 대충 하는 순간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던 긍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토록 고생해서 어렵게 쌓은 신뢰 또한 슬며시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투지를 다 하였는가? 거기에 한 점 부끄럼도 없는가?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자신은 안다. 진정한 사수는 긍지까지 겸비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한 줌도 안 되는 하찮은 그 긍지 아무도 몰라준대도 상관 없다. 조수가 알아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깟 긍지가 밥 먹여 주느냐고? 밥 먹여 준다. 우리는 손으로 사니까.


몇 년 묵은 콘센트일까요?



주차금지 스티커에도 투지를 다하신?!
이 아이들이 먼저 안다. 귀신 같이 알아본다. 사수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내 자리를 넘보는 조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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