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by 민윤슬


아빠는 정말 성실했다. 지금도, 여전히.

더우면 더 더운 곳에서, 추우면 더 추운 곳에서 일을 하고,

남들이 다 잠든 시간에 집을 나선다.

온몸이 아파도, 내일 일이 있으면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서라도

하루를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사람.


그렇게 한평생을 살아왔다.

그 성실함으로 우리 셋을 키워냈지만,

술 말고는 말할게 없는 아빠는 늘 나를 발목 잡았다.

그런 아빠를 외면하지 못한 채 살아오다 보니,

아빠보다 곁에 있는 우리가 더 힘들어졌는지도 모른다.


티비에서 술로 사고 친 사람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그냥 이혼하는 게 맞지.’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보니,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아빠를 이해해 보려고 알코올중독 카페에 글을 쓰기도 했고,

찾을 수 있는 건 다 찾아본 것 같다.

술로 인해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해야만 알코올중독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빠처럼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그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또한 딸의 색안경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조금 늦은 깨달음일지도 모르지만,

깨달았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건가 싶은 마음이

오늘 밤, 너무 크게 밀려온다.


저승사자가 바빠서 대신 온 게 술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나는 그 말이 맞는 것만 같다.


어느 누구한테도 가까운 친구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

이런 게 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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