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쑤로 많이오는. 그런날은요.

by 민윤슬

아빠는 출근했다가도 비가 많이 오면 일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그날도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엄마와 나는 "이렇게 비가 오는데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 낮 11시쯤,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가 만취한 채 동료와 술을 마시다 다툼이 생겼고, 결국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수화기를 붙잡은 내 손이 달달 떨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뛰쳐나갔다.


비에 젖은 골목을 지나 식당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눈이 풀린 채로 앉아 있었다.

일이 취소되어 속상함에서 시작된 반주가 결국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거다.

엎어진 상과 흩어진 술병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하던 경찰들.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식당 아주머니는 상값만 물어주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계좌이체를 하는 내 손은 떨려서 제대로 버튼을 누르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날 리 없었다.


술에 취한 아빠는 식당에 나와서는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는 속으로 수백 번 숨을 고르면서, 어떻게서든 아빠를 달래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집에 도착해선 우리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행여나 잠든 아빠가 깨버려서 집 밖을 나갈까 봐,

그저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시계는 아직 낮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나는 그날 또 한 번 죄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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