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 당신의 사진을 감상하고 수정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이 흑백사진들이 괜찮아 보입니까? 나름 예술적(?) 분위기가 있어 보이나요? 위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해 한국사회에 충격을 준 인공지능 '알파고' 이야기부터 합니다.)
지난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대결을 했다. 결과는 알파고의 4:1 완승이었다. 당시 대국을 본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이 한 번이긴 해도 4국을 불계로 이겨 인간승리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0일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학과 주임교수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구글 딥마인드 측은 다섯 번의 대국 가운데 네 번째 대국이 져주기에 가장 적당하다 판단했고 알파고 대신 돌을 놓은 아자황 박사에게 일부러 오답을 보내 알파고의 패배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 측이 일부러 패배를 선택했을 이유로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성장에 대한 인류의 공포감을 상쇄하고 나아가 더 큰 시장인 중국과의 재대결 협상을 위해 여지를 남겨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알파고, 이세돌에게 일부러 한 판 져줬을 것”
http://news.joins.com/article/21110892
나는 이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결과는 마찬가지이지만, 구글이 알파고를 운영하기 위한 자원을 최대치에서 얼마나 줄이면 될지를 시험해 본 것이란 생각이다. 마치 자동차의 최대출력은 상당하지만 최대 연비로 주행하기 위한 엔진 출력이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 알파고도 항상 최대출력으로 사용한다면 비용이 과대해져 상업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31일 알파고는 한국의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매지스터’라는 아이디로 30전 전승을 거뒀다. 이어 글로벌 바둑 사이트 한큐 바둑으로 전장을 옮겨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30전 전승을 추가했다. 대부분 30초 초읽기의 속기 바둑이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급기야 지난 2~3일 ‘마스터’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는 사람에게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을 주겠다며 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아무도 ‘마스터’를 꺾지 못했다.
[출처: 중앙일보] 바둑 최고수 다 꺾은 ‘복면기왕’ 알파고 맞다
http://news.joins.com/article/21086241
알파고는 발전을 거듭해 이미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위에 인용한 기사에 나오듯이 알파고는 한·중·일 랭킹 1위인 박정환·커제·이야마 유타 9단과 국내 상위 랭커인 박영훈·김지석 9단, 중국의 톱 랭커인 퉈자시·스웨 9단 등을 연파했다.
이제 바둑은 인간의 직관에 의한 초반 전개가 필요한 두뇌게임이 아니라 정교한 수 읽기를 앞세운 수학 게임이 되었다. 모든 자료를 집어넣고 계산한 결괏값이 중요해진 것이다.
인천의 길 병원은 IBM이 만든 인공지능 닥터 '왓슨'을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대장암·위암·폐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5개 암 환자 85명에 대해 '왓슨'과 인간 의사가 처방을 내려 비교했다. 처방이 다르게 나오면 환자들은 거의 모두'왓슨'의 처방을 따랐다.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인공지능의 처방을 따른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암환자들, 의사보다 인공지능의 처방 더 따른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0152.html
인간이 인간의 판단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판단을 더 믿게 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간보다 기계의 판단을 믿고 있다. 광학과 화학 그리고 기계적 메커니즘이 결합된 사진의 출현은 그림과 달리 사진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믿음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를 지나 컴퓨터로 운영되는 모든 일들이 이러한 믿음을 굳건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포토라는 앱이 설치되어 있다. 구글이 만든 이 앱은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구글이 1600만 화소일 경우 무한대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대한 정보를 따로 적어 두지는 않는다. 대개 폰카메라의 GPS 설정 여부에 따라 촬영 장소가 정보로 기록되는 정도이다. 이렇게 클라우드 서버에 올라온 사진들은 구글의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분류 놓는다. 인물 얼굴 특징을 인식해 따로 이름을 적어 두지 않아도 얼굴 사진을 클릭하면 그 사람이 포함된 사진만을 보여준다. 고양이, 판다, 개 등을 검색해도 이들이 포함된 사진을 보여준다.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형태를 기반으로 한 단순한 검색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변환시켜 색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외적인 자료 분류를 넘어 인간 내부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래는 집 주변 산책 중 촬영한 사진들과 휴가 중 촬영한 사진들이다.
위 사진 중 빨간색으로 표시한 사진이 구글 포토가 만든 사진이다.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내가 촬영한 사진들이 클라우드 서버에 올라오자 검토한 뒤 나름 예술적인 사진으로 만들어 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제안을 했다. '이 사진은 맘에 드나요? 그럼 저장해 두세요.' 이제 이 사진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어때? 멋지지?' 이 사진이 완전하게 내가 만든 사진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하기가 껄끄럽다.
나는 이 사진을 본 순간 놀라웠다. 교회 사진은 '어 이런 재주도 있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을 찍은 사진은 '흑백으로 바꿔봐야지'라고 생각한 대상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구글 포토에게 들킨 느낌이 들었다. 신기함 보다는 약간 섬찟했다.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일까? 아직은 약간(?) 다른 감성의 차이일까? 나는 집 주변에서 촬영한 사진 중 아래 사진을 흑백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다행이라 생각된 것은 내가 고른 위 사진을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을 때 많은 사람이 구글 포토가 선택한 사진이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인간이 생각한 사진보다 인공지능이 판단한 것이 더 좋다는(혹은 맞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일까?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이 어떤 자료를 입력해 놓고 그것을 기반으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봤다.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사진작품을 입력해 두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진이 어떤 것인지를 자료화했을 것이다. 그래서 안셀 아담스의 요세미티 사진들이 여전히 인기가 많은 사진이고 그와 비슷하게 만든 사진은 사람들에게 쉽게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 인공지능은 확률게임에 능하다. 그리고 수치에 기반한 가능성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이게 먹힐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영역이 문학이라는 영역이 그리고 철학이라는 영역이 인공지능이 수치화해서 결론을 뽑아낼 수 있는 영역일까?
오히려 나 혼자라도 내가 만족한다면? 천동설을 믿던 시절에 지동설을 알아낸 갈릴레오라면? 그런데 인공지능이 막는다면? 그런 미래사회는 별로 기대하고 싶지 않다.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에 이런 장면이 있다. 적군에게 쫓기면서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 우주선을 조정하던 인공지능 로봇이 이대로 가면 90% 이상 파괴된다고 경고한다. 그러자 주인공인 인간은 조종간을 뺏고 자신의 감을 믿고 나가 성공한다. 물론 영화이니까 그런 결론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타워즈의 명대사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기를' 이 말을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