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모 Feb 25. 2019

사진가 크리스 조던, 문신한 이유

죽은 앨버트로스와 인피니티(Infinity) 

사진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의 국내 첫 개인전인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Chris Jordan: Intolerable Beauty)가 2019년 2월 22일 - 5월 5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아래는 성곡미술관(http://www.sungkokmuseum.org/main/) 홈페이지에 있는 전시 소개글이다.


이번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전시는 크리스 조던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전 세계의 공통 과제라 할 수 있는 플라스틱 등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사진, 영상 및 설치 작품 총 80여 점과 함께 작가의 대표작인 다큐멘터리 필름 ‹앨버트로스 Albatross›가 특별 상영된다. 장르를 넘나드는 크리스 조던의 다양한 작품은 현대사회의 주요 담론과 이슈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현 인류가 안고 있는 전 지구적 환경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크리스 조던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100회 이상 전시와 강연 등을 통해 환경예술사진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가진 작가로, 플라스틱 세계를 가장 진정성 있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크리스 조던은 전시 기간 중 방한하여 한국 관객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주최인 장재연 숲과 나눔 이사장은 “이번 전시가 보이지 않았던 플라스틱 오염의 현실을 발견하고,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며 환경문제에 대한 구체적 실천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9년 말까지 부산, 순천, 제주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전시 정보 :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8000원. 오후 2시와 4시에는 도슨트가 진행한다.


크리스 조던을 2019년 2월 21일 성곡미술관에서 만났다. 전시회를 앞두고 준비한 중앙SUNDAY 인터뷰 기사를 위해서다. 변호사 출신 사진가답게 지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그러면서도 소박한 인상이었다. 이번에 출간된『크리스 조던: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인디고 서원)를 보면 그는 불교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다. 무한함, 연속체, 인과응보 등 그래서 '만다라' 형태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확대하면 눈 밑의 플라스틱 봉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숫자로 정리된 환경 문제'를 시각화한 그의 작품을 처음 보면 절제된 형태, 혹은 자연물이거나 유명 명화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촬영해, 즉물적으로 평면화 시킨 앨버트로스 사체 사진은 현실에 있지만 과연 이럴 수 있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하면서 혼란을 준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니 대상에 대한 그의 시각과 사진 내공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는 사진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 

배속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 죽은 앨버트로스 잔해

촬영 대상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했다면 그가 수년에 걸쳐 촬영한 영화 '앨버트로스'가 나올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앨버트로스의 죽음을 본 뒤 연민과 함께 애도했고, 이렇게 험한 상황 속에서도 삶을 영위하는 앨버트로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었다. 한 순간의 분노 혹은 애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을 계속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우리들 각자의 각성을 요구했다.

뱃속에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때문에 날지 못하고 물에 빠져 죽은 앨버트로스 사체가 파도에 밀려 해안에 놓여 있다.

인터뷰 도중 크리스 조던의 왼손에 커다란 문신이 보였다. 길게 그려진 문신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날지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은 앨버트로스 사체가 파도에 밀려 해안 모래 위로 쓸려 나온 모습의 동영상과 사진이 생각났다. 인터뷰 말미에 문신이 무슨 의미인가 물었더나 내 생각이 맞음을 확인해 주었다. 문신은 앨버트로스 날개와 '인피니티(Infinity)' 결국 만다라를 뜻하는 소용돌이 문양이었다. 크리스 조던은 미드웨이 섬에서 본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이런 문신을 새긴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 입장료는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기금으로 쓰인다. - 빈모 -

만난 기념으로 가지고 간 책에 사인을 받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공지능, 이미 당신 곁에 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