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믿을 것인가

쉬운 조작이 만든 우상 시대

by 빈모

우리는 나름 권위를 가진 사람이 쓴 글, 혹은 (동영상을 포함해) 사진을 보면 그 대상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영상은 광학과 기계, 그리고 전자적 처리라는 일련의 과정에 인위적인 개입이 적다고 여겨지면서 본래 모습을 그대로 전한다는 믿음 아닌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믿음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글은 쓰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면 사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묘사할 수 있다. 사진 또한 광선 상태, 앵글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촬영 순간부터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변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드루킹으로 알려진 인터넷 논객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이 최근 논란이다. 의도적으로 댓글에 찬성 혹은 반대 댓글을 달아 인터넷 상의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이다.

영상도 포토샵을 이용한 가짜 사진이 문제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동영상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20180412_53019974.jpg 구글브레인의 수파손 수와자나콘 연구원이 자신이 만든 오바마의 가짜 동영상을 띄워놓고 강연하고 있다. [사진 TED]

- 지난 2018년 4월 1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 둘째 날 강연에 나온 구글 브레인의 컴퓨터과학자 수파손 수와자나콘이 한 얘기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동영상 네 개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배경과 표정이 모두 다른 영상 속 오바마 전 대통령이 똑같은 입 모양으로 “하이테크 제조업에 투자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수와자나콘은 “위 동영상 중 어느 게 진짜 같으냐”고 물은 뒤 곧바로 “모두 다 진짜가 아니다”라고 자답해 관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


[출처: 중앙일보] 14시간 오바마 연설 동영상, AI가 만든 가짜였다

http://news.joins.com/article/22532275


그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고화질 비디오 화면과 음성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후,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말하는 사람의 입술과 치아·턱 등의 움직임을 분석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직접 만나서 보거나 듣지 않는 이상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칠 수도, 할 수도 없다. 결국 드러난 정보 출처에 대한 높은 신뢰성을 믿고 볼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의 문제는 이 지점이다. 원본인 신문 기사를 제대로 보고 그 글에 대해 자신이 판단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이 됐다.


상대적으로 긴 본문보다 구호처럼 적은 짧은 댓글만 보았고 많은 사람이 찬성한 댓글이라는 것 하나에 쉽게 동조한 것이다. 여기에 컴퓨터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찬성 혹은 반대 숫자를 늘려 놓아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가두리 양식장처럼 사용자를 묶어두려는 네이버 전략이 이렇게 왜곡된 결과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집중된 네이버는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했고 그 권력이 부패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네이버는 사용자 가두리 영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구글은 검색에 충실해 찾아낸 원천 정보로 안내한다. 네이버는 이와 반대로 베껴 쓴 글이든 출처의 불명확성은 따지지 않고 네이버 안에 있는 글을 먼저 보여준다. 결국 오염된 정보가 악순환되는 구조에 빠졌다.


드루킹의 조작 댓글 문제도 원천 기사를 만든 신문사 혹은 방송사 등의 게시판에 쓰게 하면 해결된다. 분산된 댓글 환경은 조작이 쉽지 않다. 마치 암호 화폐가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정보를 접하게 된 디지털 세상이지만, 이를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결국 해석 과정의 고단함을 피하려고 짧은 댓글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만족한 우리 자신이 문제다. 단순한 정보수집이 아니라 정리하고 숙성하는 사고 과정이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런 사고 과정을 할 수 있는 의식과 교육 수준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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