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다르다고 적군은 아니다.

by 빈모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 좋다. 김 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 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 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이하 생략-

군가 '팔도사나이' 가사다. 군 복무 시절 불렀던 군가 중에서 내 마음에 와 닿았던 군가다. 군가는 군인들의 정신무장과 함께 적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고 용기를 북돋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런 군가 중에서 팔도사나이는 곡조가 힘차면서도 가사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가사는 힘든 일과를 마친 뒤 내무반에 등을 붙이고 누울 때 느끼는 편안함을 표현했고 각 지방에서 모인 시커먼 남자들의 전우애를 살렸다.

민간인이 평상시 군가를 들을 일은 거의 없다. 군가는 대개 국군의 날과 같은 특정한 날을 앞두고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기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중에 군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심심치 않게 군가가 들린다. 매주 토요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장에는 군가가 계속해서 들린다.

노래는 목적을 갖고 모인 대중을 하나로 뭉치는 접착제 역할도 한다. 그래서 노조가 파업하면서 부르는 노래도 군가 못지 않은 목적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탄핵반대 집회 목적을 위해 사용된 노래가 군가라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외적을 향한 적개심을 위해 만든 노래인데 그게 다른 의견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을 향하고 있는 부조화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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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 모습이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군가 '최후의 5분' 가사인 '적군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글자가 화면에 보인다.

숨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아픔도
승리의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라
우리가 밀려나면 모두가 쓰러져
최후의 5분에 승리는 달렸다
적군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한이 맺힌 원한도 피가 끓는 분노도
사나이 가슴 속에 새기고 새겨라
우리가 물러나면 모든 것 빼앗겨
최후의 5분에 영광은 달렸다
적군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군가 '최후의 5분' 가사 전문이다. 이 군가는 나라나 민족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보다 내 곁의 전우를 강조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적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저 힘든 지금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고 말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발표하자 기자들을 무차별 폭행한 시위대의 모습도 이런 군가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이 아니라 죽여야 할 적군으로 생각한 듯 싶다. 대한민국은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과 다른 나라다.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다듬고 보듬어 나가는 사회다. 무찌르고 격멸해야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미 국민이 직접선거로 6명의 대통령을 선출했고 그 중 1명을 탄핵시킨 법치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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