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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Dec 31. 2018

누가 신(神)들을 애도할까?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면서...

요즘 스타트렉 시리즈를 보고 있다. 난 어려서 주한 미군 방송인 AFKN 방송을 통해 흑백 화면으로 보기도 했다. 당연히 대사 내용은 몰랐지만 광선총이 나가며 적을 쓰러뜨리는 장면에 반해 봤던 거 같다. (거의 만화영화 실사판처럼 여겼던 거 같다.) 60년대 제작된 초기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연기가 거슬리기도 한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시작할 당시 요즘 같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없어 대부분의 영상을 스튜디오 세트로 제작했다. 이게 촌스럽지만 오히려 과장된 연기와 함께 연극무대를 보는 느낌을 준다.

스타트렉의 연극적인 화면은 에피소드마다 종종 철학적(?) 혹은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져 촌스러운 느낌을 덜어 준다. 결국 이것이 매력 포인트다.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즌2, 2화 누가 신(神)들을 애도할까?(Who mourns for Adonais?)를 봤다. 폴렉스 4(Polex4) 행성에 도착한 엔터프라이즈호, 지적 생명체도 아무런 문명의 흔적도 없지만 지구환경과 거의 흡사한 행성이다. 갑자기 고대 그리스의 아폴로 신이라고 주장하는 막강한 존재가 나타나 엔터프라이즈 선원들이 모두 행성에 내려 자신을 숭배하라고 요구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처럼 평안한 삶을 보장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선원들은 무기력하게 꼼짝 못 하지만 커크 선장은 제물용 사슴이나 잡고 양을 키우는 목동으로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수를 찾아낸다. 행성에서 특이한 힘을 방출하는 신전을 파괴하자 아폴로는 힘을 잃고 사라진다. 발전된 문명이 없던 고대 그리스에서 신으로 추앙되었지만 아폴로도 결국은 신이 아닌 외계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여성과 신에 대한 관점이 보였다. 
아폴로가 처음 본 팔라미스 중위를 보고 "여자치곤 현명해 보인다."라고 말한 뒤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팔라미스 중위'라고 말하자, 아폴로는 "내 말 뜻은 이름이 뭐냐는 거다"라며 다시 묻자 '캐롤린'이라고 답한다. 아폴로는 아름다운 이름이라며 아프로디테 못지않은 여신이 되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엔터플라이즈에서 담당분야와 직책이 있는 사람이지만 아폴로는 여자는 남자보다는 못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사실 미국 사회도 스타트렉이 만들어진 6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다는 확실히 낮았다. (이 에피소드는 1967년 9월 22일 방영했다.)
팔라미스 중위도 아폴로에 반해 곧바로 키스하는 단계로 들어갔다. 어찌 보면 힘과 권위 게다가 얼굴까지 잘 생긴 아폴로 같은 존재라면 여자는 쉽게 빠져 든다고 본 것이다.


커크 선장은 팔라미스 중위에게 손을 달라고 한 뒤 손을 잡고 말한다. 
Now feel that.
Human flesh against human flesh.
We’re the same.
We share the same history,
the same heritage,
the same live.
We’re tied together beyond any untying.
Man or woman, it makes no difference.
We’re human.
We couldn’t escape from each other, even if we wanted to.
That’s how you do it, Lieutenant.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없는 인간대 인간으로 같은 역사, 유산, 삶을 나누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폴로의 유혹을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이미 60년대 스타트렉에서 남녀의 동등함을 말하고 있다. 2018년 미투 회오리가 몰아쳐 남성비하까지 나간 워마드가 생긴 대한민국 사회에 나름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는 스타트렉이지만, 왜 여성 승무원들은 하나 같이 젊고 초미니 스커트가 제복인지... 그리고 매회 외계인의 공격을 받으면 안전벨트 없이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여기저기로 구르는 모습을 보여주는지... 여성 승무원도 예외 없이 구른다. 은근 피핑 톰 콘셉트가 보인다. 하긴 우주선이라고 하지만 바다 위 함선 생활을 기본 콘셉트로 한 것이기에 여기저기 구르는 것일지도... 이런 것은 상상력의 한계일 거다.)


결국 아폴로는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발사한 광선에 힘의 원천인 신전이 파괴되자 사라진다. 아폴로는 사라지기 전 제우스 등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이름을 부른 뒤 이렇게 말한다.
you were right.
The time has passed.
There is no room for Gods.


얼마 전 유전자 가위로 DNA를 변경한 인간 수정란을 만들어 임신을 시켰다고 중국 과학자가 발표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제 점점 신이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아폴로 11호는 달의 토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질 때 이를 위로하는 신의 필요성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신은 강력한 힘으로 강요되는 신이 아닌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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