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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Jan 04. 2019

당신과 내가 만든 히틀러

영화 '그가 돌아왔다' 괴물은 없다. 우리가 만들 뿐... 

영화 '그가 돌아왔다(Er Ist Wieder Da)'에서 돌아온 그는 아돌프 히틀러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이 확실해진 마지막 순간, 지하 벙커에 있던 히틀러가 2014년 현재 독일로 환생하면서 발생한 일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코믹 요소를 약간 넣었지만 할리우드 문법에 익숙한 나는 신경을 쓰고 봐야 웃음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 환생한 히틀러는 메소드 연기가 출중한 코미디언으로 취급받아 인기를 끈다.

환생 후 방송사에서 잘린 프리랜서 PD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철저한 반 나치 교육 덕에 말은 안 했지만 속 마음은 달랐다. 히틀러의 언변에 이끌려 반 이민 정서, 외국인 혐오, 인종 차별, 빈부격차에 따른 증오... 등등을 내뱉는다. 이윽고 히틀러는 시청률에 목을 맨 방송사의 구조를 이용해 승승장구한다. 인기가 치솟던 중 방송사내 경쟁자가 공개한 멍멍이 사살 장면 때문에 히틀러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하지만 방송 출연을 못한 이 기간에 히틀러는 '나의 투쟁' 속편을 쓴다. 이 책이 출판된 뒤 엄청난 인기를 끌자 영화화한다. 영화 속의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 히틀러를 죽이려 하지만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 결국 히틀러는 그 언변에 속은 사람들이 뽑은 것이고, 속지 않았다 해도 그들이 원한 모습의 지도자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크레디트가 나오는 화면에서 현재 유럽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의 이 모습은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 독일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냐고 영화는 반문한다. 열정이고 순수라고 생각한 국민의 힘이 잘못된 곳으로 향하거나, 혹은 엉뚱한 곳으로 가게 만든 정치인으로 인해 국가가 퇴보하고 결국 그 짐을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는 것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준다. - 빈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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