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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Mar 27. 2019

카메라에 담긴 사진의 역사

사진 역사에 등장한 50개 카메라를 사용한 사진가, 그리고 사진들

1839년 지로 다게레오타입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역사 180년이 시작됐다. 이후 필름 발전과 함께 지금까지 수많은 카메라가 등장해 지구 밖 우주, 달 표면까지 촬영했다. 사진으로 포착된 세상의 모든 모습은 예술, 증거 혹은 찬양자, 고발자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사진 촬영에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몇몇 카메라는 일반적인 도구 이상의 대접을 받았다. 일부 카메라는 명품 칭호와 함께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1925년 등장한 라이카 카메라가 대표적인데 기능상의 출중함과 함께 사용자인 사진가의 활약에 힘입은 바도 크다.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이 라이카로 촬영한 사진이 유명해지자 이들이 사용한 카메라도 유명해졌다.

1945년 5월 21일 자 LIFE 표지에 실린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전문 매체가 등장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1936년 미국의 헨리 루스가 창간한 '라이프(LIFE)'는 시사 화보 잡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글을 적게 쓰고 사진을 크게 배치하는 편집은 독자들의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사회,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를 비롯해 2차 세계 대전, 베트남전 등 극한의 전쟁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포토 저널리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LIFE(라이프)' 잡지의 성공은 완벽한 포토 저널리즘의 기준이 되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SNS가 일상화되기 전까지 인쇄매체인 사진잡지는 사진을 담아 전달하는 매체로서 황금기를 누렸다.(LIFE는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광고가 급감해 2007년 폐간했지만 웹사이트는 유지하고 있다.)



1966년 10월 28일자 LIFE 베트남 전 특집 화보
마이클 프리차드 지음 / 이정우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3,000원

책에는 사진 역사상 주목할 만한 카메라를 연대기로 배치했다. 라이카, 캐논, 니콘, 올림푸스 등 주요 생산업체 카메라와 극도로 축소된 미니카메라, 즉석에서 사진을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 대표적인 50개 카메라가 등장한다. 각 카메라마다 제작 관련 이야기와 이를 사용한 유명 사진가의 사진을 함께 설명해 놓았다. 책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사진역사의 큰 물줄기를 따라갈 수 있다.


1920년대 후반 일본 시장에서 '라이카'는 대졸 초임 6배 가격에 판매됐다. 1934년 첫 캐논 카메라 시제품을 만든 요시다 고로는 라이카Ⅱ 카메라를 해체해 본 뒤 이렇게 말했다. 

"어떤 특정한 계획 없이 그저 그 카메라를 분해했다. 단지 각각의 부분을 보려 했다. 나는 카메라 내부에 다이아몬드처럼 특별한 품목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품들은 황동, 알루미늄, 철 그리고 고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이 비싸지 않은 재료들이 카메라에 함께 놓였을 때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했다는 것에 놀랐다. 이는 나를 화나게 했다." 


이 말은 지금도 고가 명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다. 필름 시대를 지나 (사실상 전자제품 일종인)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된 이 시대에도 고가 마케팅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어찌 보면 허영심을 부추기는 마케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캐논, 니콘 카메라는 전 세계 보도사진가의 선택을 받아 사실상 보도 사진 분야 정상에 서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화와 함께 스마트폰 속에 들어온 카메라는 현장접근을 쉽게 하면서 전체 카메라 시장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카메라 회사마다 판매액의 큰 부분을 차지한 일명 '똑딱이'카메라(자동카메라) 판매량이 급속도로 줄었다.) '셀피(셀카)'라는 신조어는 인터넷과 SNS 확장과 함께 특별한 카메라 없이도 주변 지인 혹은 대중과 무한대로 사진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최후를 촬영한 것도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였다. 2011년 10월 AFP 사진기자 필리페 데스마제스는 시르테 함락 현장 취재 중이었지만 NTC 병사가 촬영한 동영상을 캡처해 전송했을 뿐이다.

리비아 미스라타로 옮겨진 무아마르 카다피 시신을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붙잡힌 카다피' 처음 확인시킨 피투성이 사진>[출처: 연합뉴스]

<목격자들이 전한 카다피 최후의 순간> [출처: 연합뉴스]
“카다피 금·돈 주겠다며 목숨 구걸 … 자기 황금권총에 맞아”
 [출처: 중앙일보] 


결국 카메라의 진화는 더욱더 촬영 결과물인 사진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좀 더 좋은 화질을 위해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교하고 강력한 성능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손으로 촬영 가능한 카메라가 진정한 명품 카메라인 것이다. 더욱이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높아지고 있기에 더 그렇다.

'장비병'이라는 용어가 흔하게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가 오디오 분야와 사진 분야 일 듯 싶다. 그나마 음악을 듣는 용도로 쓰는 오디오 장비는 접근성이 높다. 그러나 카메라 장비는 사용하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집 밖으로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집 밖으로 나섰다 해도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더 좋은 경우가 왕왕 생긴다. 이런저런 이유로 카메라는 자칫 집에 모셔두는 골동품 장비로 전락하기 쉽다. 좋은 사진보다 카메라가 많은 세상은 이상한 세상이다.  - 빈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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