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초상권 보호 어디까지 해야 할까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여행 중 무장단체에 피랍된 뒤, 프랑스 특공대가 프랑스인 2인, 미국인 1인과 함께 구출한 한국인 장 모 씨 사진이 2019년 5월 13일 자 각 신문 지면에 실렸다. 특이한 것은 장 모 씨 얼굴이 모자이크 혹은 블러(blur) 처리되어 실린 점이다. 각 신문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리했다. 다만 눈 주변만 모자이크 처리를 해 주변인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처리한 사진을 실은 신문이 하나 있긴 했다.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피랍 후 구출되어 프랑스 정부 전용기 편으로 파리 근교 군 비행장에 11일(현지시간) 도착한 프랑스인 2명과 장 모씨를 맞이하는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 AP 등 외국 통신사는 장 모 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전송했다. 그런데 장 모 씨가 프랑스 현지에서 접촉한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얼굴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각 신문지면에는 외신 사진임에도 장 모 씨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지운 사진이 실렸다.
피랍 한국인 한 달간 움막 생활…'철수 권고' 말리도 다녀왔다 [중앙일보]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 외국 신문, 통신사 등이 운영하는 뉴스 홈페이지에는 장 모 씨의 얼굴이 프랑스 인질 2인과 함께 선명하게 나왔다. 사실상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뉴스가 실시간으로 통용되는 시대에 일부 국가에서만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이 실린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과 같다.
Hostages rescued from Burkina Faso 'hell' praise fallen French commandos [REUTERS]
Macron to honour two soldiers killed freeing hostages in Africa [The Guardian]
사실 우리나라 경우 초상권에 대한 제약이 상당히 높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촬영했다 해도 자신이 원치 않았다는 주장 하나로 초상권이 인정되는 추세이다. 그래서 주요 국내 통신사에서 전송한 사진을 보면 많은 사람이 찍힌 사진일 경우 일일이 모든 사람의 얼굴을 지운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인터넷 발전과 함께 SNS의 확산이 한 몫했다. 선한 댓글 보다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 쓰는 악성 댓글, 일명 악플이 많아지면서 생긴 결과다. 악플이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개인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아졌다. 결국 이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려 자신을 보호하려는 개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에 입국하려는 난민가족을 촬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사진이 초상권 보호를 위해 얼굴이 가려진 사진이었다면 올해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결국 대한민국의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악플 풍조는 빠른 시간 내에 없어져야 할, 없애야 할 폐해다. 단지 사진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품격이 올라가기 위해서라도.... - 빈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