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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Aug 11. 2019

'어나더 라이프' 속 한국은?

한일 갈등 품격 있게 해결하자. 전 세계가 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 비행체가 미국 땅에 내려온다. 외계 비행체는 이상한 모습의 거대 전파 전송기로 변신해 우주로 전파를 쏘아 올린다. 이게 무엇인지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알기 위해 지구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전파가 도달하는 행성으로 우주선을 보낸다. 우주인들은 동면 상태로 가던 중 깨어나면서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 2019년 7월 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물 '어나더 라이프(Another Life)' 시즌 1 이야기다.

외계 물체가 보내는 전파가 향하는 행성을 목적지로 설정한 우주선을 타고 가는 지구 특공대원(?)들.

시즌 1을 본 느낌은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특성상 한 회마다 이야기를 일단 끝내면서도 다음 회를 보게끔 미끼를 던지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뭔가 늘어진 느낌이 강해 약간 지루한 느낌이 컸다. SF영화라면 좀 더 과학적인 면과 함께 상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기를 바랐는데 부족했다.

지구에 착륙해 외계 행성으로 전파를 쏘는 외계 물체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전파 목적지로 우주선을 보냈다.

다만 시즌 1 시리즈 중 제5화 '마음 깊은 곳에서'를 보면서 내 눈길을 끈 장면이 나왔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문법 중 흔하게 사용되는 것 중 하나가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는 권선징악 결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란 나라가 최고라는 미국 제일주의가 은연중에 비친다. 또한 영화 제작 당시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친 풍조 혹은 문화적인 경향을 삽입한다. 어나더 라이프에서도 이런 점이 보였다.


영화 내용 중 외계 비행체가 지구에 내려온 뒤 변한 물체의 정체를 알아보려 여러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중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자 똑같은 소리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조사해보니 따라한 클래식 음악에 빠진 요소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려 한다.

방법을 못 찾자 담당 연구원이 뉴스(각종 대중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를 진행하는 유명 여성 유투버에게 이 사실을 몰래 전해 해법을 찾아보라 한다. 결국 유튜브 영상을 본 한 독자가 알아낸다.(역시 유튜브가 대세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밀로 진행되던 일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을 총책임자가 추궁한다. 유명 여성 유투버는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총책임자는 국가안보 위반이라고 말하면서 러시아와 통일 한국이 이 내용을 알게 되었으니 무슨 일을 할 것 같냐고 묻는다. 결국 미국의 경쟁 상대가 러시아와 통일 한국이라는 뜻이 된다.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생긴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하고 있다.

2019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러시아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도 있었지만, 미국과 러시아 사이도 껄끄러운 관계다. 영화에서는 러시아, 그리고 남북한이 통일된 한국의 국력이 커져 미국이 의식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나라가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1993년 개봉한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이 생각났다. 영화의 배경은 2032년인데 사회구조가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다. 자세한 줄거리보다는 영화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복장을 말하려 한다. 헐렁한 복장인데 전통 일본풍 복장 느낌을 주었다. 영화 제작 당시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져 미국에서 일본 침공이라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1993년 개봉한 영화 데몰리션 맨'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에 나온 출연진의 복장이 일본풍 옷이다.

어나더 라이프 대사에서는 통일 한국에 대한 생각이 몇 번 나온다. 선발된 우주인들이 전파가 수신되는 천체로 가던 중 지구형 행성을 탐사한다. 탐사 도중 한 대원이 어떤 음식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김치를 예로 든다. "매운 고무 같았는데 지금은 꿈에서도 먹는다"라고 한다. 이 대사뿐이 아니다. 

어나더 라이프(Another Life) 시즌 1, 3화 '무언가 있다'에서는 술집에서 퀴즈 맞추기 비디오 게임을 하는데 모니터에 한글로 된 게임 제목이 나온다. '일반상식문제광란'이라는 게임 제목이 나온다. 어색하게 사용된 광란이란 말은 Hysteria(히스테리아)를 번역한 듯하다.

모니터 화면에 '일반상식문제광란'이라는 한글이 보인다. 이 게임기를 한국이 만들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배경이 우주로 확장되는 SF영화 이전 할리우드 영화에는 악당역을 하는 나라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구 소련)였다. 약간 고전으로 들어가면 나치 독일 혹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었다. 그러다가 중동지역 국가가 나오더니 아랍계 테러리스트 집단이 등장했다. 그러다가 악독한 다국적 기업이 나오는 듯하다가  북한이 악당 역을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로 한일 간에 경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력이 어느덧 일본 못지않은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번 갈등으로 확연해졌다. 그렇지만 아직은 모자란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본과는 갈등을 지속하기보다는 해소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고, 갈등 해결 과정을 세계는 지켜볼 것이다. 당연히 제삼자 입장에서 볼 때 우리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일본보다 우월하고 좀 더 높은 이상과 국격을 가진 나라 임을 각인시킬 수 있을 테니...


BTS를 비롯한 한국의 K-POP은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8월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행 자객' 시즌 1, 1화 '선택받은 자'의 액션신 배경음악으로 여성 아이돌 그룹 음악이 나왔다.) 문화적으로 한국 이미지가 높음은 이미 입증됐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를 확장시켜 경제, 정치 모든 분야에서 절대 무시 못할 한국임을 지구촌에 각인시켜야 한다. 한일 갈등이 진행 중인 2019년 8월 현재, 할리우드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영화에서든 대한민국을 악당역으로 설정하면 이상해 보이도록 만들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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