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2:정상회담'을 현실과 1:1로 대입해 감상하면 바보짓이다. 다만 현실에 참고할 수는 있다. 현실에 기반한 상상이 첨가되었음을 기억하고 절대 픽션임을 잊으면 안 된다. 픽션이니 재미로 보면 된다. 하지만 재미로 보기에는 주제와 대상이 무겁다. 북핵, 남·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통일을 바라보는 미국, 중국, 일본 특히 일본 중국의 속내. 쉽지 않은 소재다.
일단 강철비 1편과 비교가 된다. 똑같이 북한의 쿠데타로 진행되는 점은 같다. 강철비 2편은 북한 쿠데타에 일본과 중국의 숨긴 의도가 깊이 개입된 점이 다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남북의 통일은 주변국 특히 일본과 중국의 이득을 비틀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등장인물의 말투가 실제 인물이 한 말과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감독은 개그 코드로 이를 사용해 현실이 아닌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 통치자인 조선사(朝鮮史)가 잠수함에 함께 억류된 남한 대통령 한경재에게 "멀다고 하면 안 돼갔구나"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영화 제목이 '강철비 2:정상회담'인 것처럼 통일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진행될 정상회담이라는 공적 행위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점은 한국의 현실이 이렇다는 점을 절실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지난 6.25 전쟁의 휴전 당사자가 아니었고, 영화 속 현재도 북핵 해결과 북미 평화협정 조인을 위해 반은 뒷방 늙은이 같거나 반은 거간꾼의 모습이다.
원산에서 열린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중 일어난 쿠데타 때문에 3국 정상이 피신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 정전으로 불이 꺼지자 정상들은 경호원에 둘러싸여 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대한민국 대통령 일행은 미국 대통령이 먼저 지나갈 동안 계단 벽에 밀착되어 멈춘 모습이 은근 초라함을 느끼게 한다.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한국 대통령이 그래도 80%는 알아듣는다고 말하자 조선사 북한 위원장은 한국 교육시스템은 멀었다고 말하며 비웃는다. (그런 뒤 "멀다고 하면 안 돼갔구나"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파이다.) 조기 유학의 이점을 북한 지도자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 스무트 대통령은 현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상당히 닮았다. 이름이 스무스(Smooth:부드러운)에서 'h'자 한 글자가 빠진 스무트(Smoot) 이어서인지 상당히 거칠고 직선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저급한 행동도 마구잡이로 하지만 바닥에 부착된 책상을 힘으로 뜯어내는 괴력도 보여준다. 미국의 힘이 이렇다는 것을 상징하면서 마블 캐릭터인 헐크가 변신할 때 상의가 찢어지는 것처럼 연출해 웃음 코드로 삼았다.
잠수함에서 비상 탈출 구명정으로 2명만 탈출이 가능할 때 미국 대통령은 '자 나와 같이 갈 사람 누구냐'라고 먼저 묻는다. 3명이 똑같은 상황에 있지만 안하무인 격으로 자신이 먼저 탑승할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이게 USA 스타일?) 결국 한경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양보한다. 그러면서 둘이 살아야 평화협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대한민국은 제삼자란 이야기다. 아울러 조선사 북한 위원장에게 한경재 대통령이 말한다. '미국과 싸우지 말라고'.
지금 대한민국 모습은 어떤가... 영화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북한이 미국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한반도 역사에서 중국과 일본은 어떤 존재인지를 기억하고... 잘 이용해 나가야 할 텐데... 암튼 영화 보고 난 뒤 든 이런저런 생각이다...
영화 속 북한 국방위원장 이름을 조선사(朝鮮史)라고 지은 것은 북한의 지난 30~40년, 인민의 역사를 압축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제작보고회에서 밝혔다. 김정은 닮은 몸집으로 강철비 1에서 나온 배우를 쓰지 않은 이유는 연기가 딸려서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가 나왔으면 상당히 재미있을 뻔했는데...
스무트 미국 대통령 이름은 블록 경제 체제를 구축한 관세법을 발의한 리드 스무트 미국 상원의원에서 따온 것이라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스무스(Smooth)에서 'h'를 뺀 말장난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경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경제에 올인한 뜻으로 한 것일까 싶은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과 연결된 것일까... 강철비 1에 출연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남과 북이 바뀌어 다른 인물로 나왔다. 곽도원은 1편에 나온 인물 느낌이 적었는데 정우성은 왠지 모르게 그 느낌이 남아있다. 너무 잘 생겨서 그럴지도... [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