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용 사진촬영은 엄격해야 한다.
사진은 발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초기에는 개인 초상 사진용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사진은 짧은 시간 내에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신문잡〮지 등에 보도용으로 쓰이면서 엄청난 발전과 함께 영향력을 키우게 된다. 디지털모〮바일화 된 현재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사진이 놀이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최종 쓰임에 따라 촬영 단계부터 차이가 생긴다. 패션, 음식, 연예인 촬영은 세밀하게 나뉜 각 분야 전문가 손길을 거친다. 화장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델에 맞는 의상 구하고 스타일을 맞춰주는 코디네이터, 스타일리스트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 부분만 보더라도 촬영 순간 조명을 어떻게 설치할지, 최종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보정까지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사진이 되어 광고든 잡지든 필요한 매체에 실린다. 그래서 일부 연예인들은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사진기자의 현장 촬영보다 수정 완료된 사진을 기획사를 통해 배포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신문에 실리는 사진은 그다지 많은 보정을 하지 않는다. 현장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한다는 보도 사진의 기본 명제를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트레이트 지면이 아닌 문화면 혹은 기획 인터뷰용 사진은 조명 효과를 주거나 살짝 보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한 보정은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당연히 일반 뉴스 사진은 있는 그대로 촬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생긴다. 경제 전문 잡지인 경우 인터뷰한 CEO 혹은 경제인 사진을 위해 사진 포즈를 연출하고, 조명 효과를 주고, 포토샵을 이용한 후반 작업을 통해 피부를 매끈하게 다듬기도 한다. 사실 질 좋은 잡지 종이에 인쇄한 컬러 사진은 단점이 더 부각되기도 하기에 되도록이면 가려주는 게 보통이다.
일간 신문 뉴스면에 게재되는 사진같이 시간이 제한되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사건성 일이라면 당연히 사진 포즈와 같은 연출은 불가능하다. 현장에 도착한 사진기자는 피사체의 동선을 예상하고 움직이면서 촬영을 한다. 그런데 출입 기자가 있는 정부 부처가 진행하는 행사 중에 급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오랜 출입을 하다 보면 친밀도가 높아져 기왕 하는 일 좀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려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방송 영상 혹은 사진을 좋게 만들려고 촬영 대상에게 지시를 하고 싶은 욕심이 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 점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미국 NPPA(The National Press Photographers Association)는 미국 신문 방〮송에서 일하는 사진영〮상 기자와 에디터, 저널리즘 분야의 학생 등을 대상으로 1946년 설립된 단체이다. 2017년 현재 6000여 명이 가입했다. NPPA가 회원인 사진기자, 방송 촬영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윤리 강령은 다음과 같다.
Visual journalists and those who manage visual news productions are accountable for upholding the following standards in their daily work:
1. Be accurate and comprehensive in the representation of subjects.
2. Resist being manipulated by staged photo opportunities.
3. Be complete and provide context when photographing or recording subjects. Avoid stereotyping individuals and groups. Recognize and work to avoid presenting one's own biases in the work.
4. Treat all subjects with respect and dignity. Give special consideration to vulnerable subjects and compassion to victims of crime or tragedy. Intrude on private moments of grief only when the public has an overriding and justifiable need to see.
5. While photographing subjects do not intentionally contribute to, alter, or seek to alter or influence events.
6. Editing should maintain the integrity of the photographic images' content and context. Do not manipulate images or add or alter sound in any way that can mislead viewers or misrepresent subjects.
7. Do not pay sources or subjects or reward them materially for information or participation.
8. Do not accept gifts, favors, or compensation from those who might seek to influence coverage.
9. Do not intentionally sabotage the efforts of other journalists.
10. Do not engage in harassing behavior of colleagues, subordinates or subjects and maintain the highest standards of behavior in all professional interactions.
이 중 5번째 항목에서 말하는 '사진 촬영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사건에 기여, 변경 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명제가 중요하다. 그런데 '과잉 의전' 논란이 일어난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우중(雨中) 브리핑 현장에서는 이 점이 지켜지지 않았다. 촬영하는 기자가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 이미 그 현장은 사실이 오염된 것이다.
강성국 법무차관 브리핑 행사는 결과적으로 크게 오염이 됐다. 우산을 든 직원에게 기자들이 '물러서라' '앉아라'라고 말한 순간부터 오염이 시작됐다. 직위가 높은 사람은 뒤돌아 서 있고, 젊은 남자는 무릎을 꿇고 벌서듯이 두 손을 높이 들었다. 사람의 몸짓은 상징이기도 하고 그 상징은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이날 연합통신과 뉴시스를 통해 이 사진이 전송됐다. 연합뉴스는 13시 34분, 뉴시스는 16시 26분에 전송했고, 포털을 통해 모바일 시대 뉴스답게 급속하게 확산됐다.
사진설명은 보이는 사진을 그대로 설명한 문장이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조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하는 동안 한 직원이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이날 강 차관이 발표한 브리핑 자료는 비가 흠뻑 젖었다.' 뉴시스 사진 설명이지만 연합뉴스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사진 제목이 연합뉴스는 '꼭 이래야만 하는지...' 뉴시스는 '우리 차관님 비 맞을라'로 달랐지만 연합뉴스 제목이 좀 더 감성 자극하는 제목이다. 뒤늦게 촬영기자 요청으로 뒤로 물러나 앉게 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미 확산된 사진기사는 과잉 의전으로 굳어졌다.
만일 이 상황이 우산 든 직원 스스로 뒤로 가서 만들어진 상황이라면 논란의 방향이 한쪽으로만 향했을 것이다. 사실 사진 설명이 조금 아쉽다. 사진 설명 뒤에 '우산 든 직원은 옆에 서 있었으나 뒤로 물러나 앉으라는 촬영기자의 요청에 응하다가 저런 자세가 연출됐다.'는 문장을 추가했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까? 아마 과잉 의전이라는 말보다는 한 직원의 해프닝으로 만들어진 재밌는 사진으로 끝났을 수 있다.
어찌 됐든 금요일 오후 온라인 상에서는 이 사진이 화제가 됐다. 결국 다음날 6개 조간 중앙지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경향과 동아는 과정을 설명한 기사와 함께 실었고 나머지 신문은 작은 사진으로 실었다. 특이한 것은 조선일보는 1면에 실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논점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기자('기레기'라고 욕하면서)가 일을 만들고, 엉뚱하게 확산시켜 애꿎은 법무차관만 나쁜 사람이 됐다.' 다른 하나는 '우산을 왜 남이 드냐 자신이 들면 되지. 그리고 직원이 저렇게 앉으면 일어서라고 주변에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결국 직장 갑질의 모습이다.' 이렇게 두 가지다.
나는 이 논란이 시작된 것에 기자 잘못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오히려 잘 된 부분도 생겼다고 본다. 미투 폭로가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이 확 바뀐 것이다. 일부 거칠게 유발되고 진행된 점이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에서 기준을 잡고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요즘에는 폐쇄 공간인 군부대에서 성희롱 문제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군부대도 확실하게 바뀔 것 같다.
이 과잉 의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면서도 사회 곳곳에 은근한 갑질이, 계급 간 혹은 직군 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차량 관리하던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입주민의 과도한 욕설과 폭행, 직장 내 위계에 따른 직무 범위 밖의 여러 압력들 같은 것들이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이것에 대한 비난도 높아졌다. 결국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자극제로 '우산 의전'이 작용할 것이다. 당장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우산 의전' 논란 이후 우산을 직접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산 잘못 쓰면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릴 테니 다들 긴장할 것이다. 또한 수행원을 줄줄이 달고 위세를 과시하는 모습도 없어질 것이다. 25년 간 일간지 기자생활을 하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전무로도 일했던 허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2017년 출간한 '의전의 민낯'이란 책에서 지적한 일들만 없애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촬영 기자들의 취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일반적인 뉴스 취재에서 그림을 위해 방송 PD처럼 지시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김영란법으로 취재원과의 관계가 바뀌고 발전했듯이 이번에 받은 비난은 취재 방식을 바꾸고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 것이다. 설사 TV에서 보기에 촬영된 결과물이 어지럽게 보이더라도, 이런 것이 뉴스 사진이고 방송 영상이라고 인식하면 될 것이다. 시청자, 독자들이 기대하는 뉴스 영상사〮진에 대한 눈높이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실 걱정은 옆에서 지나던 사람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더 좋아서 기자들은 놀고 있냐고 힐난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아프가니스탄 같이 급박한 현장은 그곳에 있는 스마트폰 영상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송사 영상, 신문 사진만큼은 확실하다는 믿음을 제대로 얻고 키워가는 게 디지털 시대의 과제다. [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