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로 성공한 메이저 리거 랜디 존슨
요즘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마치기가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사회변화가 급격해지면서 사업환경 변화도 빨라졌고 여기에 맞춰 변신하지 않으면 직장 자체도 영속이 어렵고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도 계속 다니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제2 인생 설계라는 말과 함께 은퇴 후가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찍부터 전업 준비를 합니다.
대개 비슷한 업계로 이직하거나 혹은 창업을 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부문으로 전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 전혀 다른 부문으로 옮겨 성공한 분들이 신문 지상에 소개되는데 한편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이 분도 다른 부문으로 전업해 나름 성공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더구나 이직하기 전 하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갔었던 사람이기에 더욱 눈길을 끕니다.
바로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투수로서 성공한 랜디 존슨(Randy Johnson)입니다.
1963년 9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난 그는 야구선수 시절 투수로서 엄청난 기록을 남겼습니다. 1988년 데뷔해 2010년 1월 은퇴 선언할 때까지 그렉 매덕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사이영상을 4년 연속(1999~2002년) 받았습니다. 사이영상은 1995년을 포함해 총 5회 수상해 로저 클레멘스의 7회에 이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통산 탈삼진 4875개로 역대 2위, 9번의 탈삼진왕, 통산 6회 300K 시즌. 특히 2001년에 달성한 372K는 라이브볼 시대 한정 단일 시즌 3위의 기록입니다. 또한 2002년에는 24승으로 다승왕을 달성하면서 기록한 삼진 334K는 12년 후 2015년 클레이튼 커쇼가 301K를 달성하기 전까지 마지막 300K 기록이었습니다.
그는 커리어 통산 4135.1이닝을 던졌고 303승 166패, 평균자책점 3.29, 4,875K/1,497BB를 기록했습니다.
[인사이드 MLB] 랜디 존슨, 역사를 남기고 사라지다
랜디 존슨은 특이한 기록도 있는데 경기중 비둘기를 맞춘 일이 있습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 시절 2001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도중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상대 타자인 켈빈 머레이라는 선수를 상대하던 중 발생했는데, 우연히 지나던 비둘기가 랜디 존슨이 던진 공에 맞아 (당시 영상을 보면 거의 공중분해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즉사한 것이죠. 당시 던진 공의 구속은 95 mph(153 km/h)였답니다. 당시 상대 타자인 켈빈 머레이는 18년 뒤에 MLB와 NFL 모두 1라운드로 지명되는 한국계 미국인인 카일러 머레이의 삼촌이라네요.
이랬던 랜디 존슨이 야수 선수를 은퇴한 뒤 사진기자가 된 것입니다. 사진기자가 되면서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 로고와 인스타그램 로고에 야구 경기 중 자신의 공에 맞아 죽은 비둘기를 추모하는 뜻으로 비둘기를 삽입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죽은 비둘기가 누워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비둘기가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2015년 7월 20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입니다.
Randy Johnson’s Viewfinder Points to the Hall, and Beyond
2015년 7월 24일 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하는 SFGATE 기사입니다.
Randy Johnson finds outlet in photography
2015년 11월 22일 자 미국 SBNATION 기사입니다.
Randy Johnson raises Seahawks' 12 flag, spends game as a sideline photographer
바로 위 SBNATION 기사에 랜디 존슨의 말이 나옵니다.
"As much as I enjoyed the thrill of pitching a perfect game and winning a World Series, I get similar satisfaction from using my photography skills to try and capture that defining moment in time.(극도의 긴장 속에서 공을 던져 퍼펙트게임을 만들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을 즐기는 만큼, 나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완벽한 순간을 잡아내기 위한 사진 기술을 사용하면서 비슷한 만족감을 느낍니다.)"
또한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그는 아프리카 대륙 보츠와나 야생에서 본 표범 이야기를 했네요. 야생개가 물고 있던 동물 사체를 표범이 빼앗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표범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 들고 있던 망원렌즈로 촬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뒤 표범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이 촬영 과정을 설명하면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인 월터 미티가 그가 입사 때부터 계속 사진을 투고하고 있던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만났을 때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합니다. 영화에서 숀은 찍으려던 눈표범이 나타나지만, 뷰 파인더를 통해 월터에게 눈표범을 보여주곤 사진을 찍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죠. 월터가 '언제 찍을 거냐'라고 묻자 '그냥 이 순간에 머물고 싶어서' 찍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랜디 존슨은 표범 사진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The picture that you saw, I sat there for 45 minutes. I put my camera down one time, just to take it in. It was fascinating.(여러분이 본 사진은, 제가 거기에 45분 동안 앉아 있었어요. 카메라를 한 번 내려놓았어요. 그냥 (그 상황을) 가져가려고요. 정말 흥미로웠어요.)”
랜디 존슨은 자신의 웹사이트(https://rj51photos.com/)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My career as a Major League baseball pitcher has been well documented, but what is not as well known is my passion for photography, which began when I studied photojournalism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from 1983-85.Baseball became my occupation for two decades but my love of photography never left. Following my 2010 retirement, I was able to focus my attention back to this passion.
Thanks to the people I got to meet during my baseball career, I’ve been fortunate to have unique opportunities in photography. I’ve gotten to talk to and learn from some of the best photographers in different fields.
My world travels have allowed me to capture various rarities from the beauty of many African safaris, to motorsports, to multiple major music artists.
Along the way my work has been featured in publications such as Rolling Stone, Spin, and Metal Hammer. My concert photography has even found its way into tour programs, posters, books, and websites.
Photography has taken me on an amazing journey, but it’s only just beginning. I look forward to visiting places I’ve never been, shooting things I’ve never seen, and getting better each and every day.
메이저 리그 야구 투수로서의 제 경력은 잘 기록되어 있지만, 사진에 대한 저의 열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은 제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서던 캘리포니아(남가주)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야구는 20년 동안 나의 직업이 되었지만 사진에 대한 나의 사랑은 결코 떠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은퇴 후, 저는 이 열정에 다시 관심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야구 선수 생활 동안 만난 사람들 덕분에, 저는 운 좋게도 사진 분야에서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최고의 사진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배웠습니다.(등판하지 않는 날은 더그아웃 옆에 있는 사진기자 취재 구역에 들려 사진기자들의 노하우를 배웠다고 합니다.)
저는 세계여행을 통해 많은 아프리카 사파리의 아름다움에서부터 모터스포츠, 그리고 여러 주요 음악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귀함을 담아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 작품은 롤링 스톤, 스핀, 메탈 해머와 같은 출판물에 실렸습니다. 내 콘서트 사진은 심지어 여행 프로그램, 포스터, 책, 웹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
사진은 저를 경이로운 여정으로 이끌었지만,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는 제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방문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을 촬영하고, 매일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USC 재학 시절에도 경기가 없는 날에는 학교 신문사 주최 콘서트를 촬영하면서 사진가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랜디 존슨이 가진 사진에 대한 열정이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고교나 대학 소속 운동선수가 기본적인 학업 능력이 없으면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외적 요인이 랜디 존슨이 사진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게 만든 원동력 중 하나 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랜디 존슨은 주로 NFL(프로미식축구리그)과 북미 자동차 경주대회(NASCAR), X게임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록밴드의 공연장 촬영도 하고 있습니다. 메탈리카(Metallica), 모터헤드(Motorhead), 비트윈 더 베리드 앤드 미(Between Buried and Me), 키스(Kiss)와 함께 엘튼 존 등의 공연 모습도 촬영했습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대문에 쓰인 "Living the retired life and doing it well.(은퇴한 삶을 살고 있고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베이비 부머들이 본격 은퇴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에서 모든 퇴직자들도 멋진 삶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