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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Dec 29. 2021

문 닫는 서대문 통술집

코로나19 팬데믹 2년 지속, 60년 밥집도 쓰러졌다. 

서울 서대문 로터리에서 경찰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면도로 모퉁이(통일로 107-4)에 자리 잡은 밥집이 보인다. 간판에는 '서대문 원조 통술집'이라고 적혀 있지만 내 주변에서는 그냥 '통술집'으로 부른다.

'서대문 원조 통술집' 외관 전경과 입구.

사실 간판에도 있듯이 저녁에 술추렴 하기에 좋은 집이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돼지고기 맛을 보면서 술 한잔 하기에 적당하다. 예전보다 오른 가격이지만 2만 원 안쪽으로 두 사람이 고기 안주와 소주 1병을 즐길 수 있다.


점심에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제육볶음(2인분 주문해야 한다) 세 가지 메뉴를 7000원에 판매했다. 소위 가정식 백반이다. 반찬 메뉴는 김치와 고등어조림 같은 필수 반찬 외에는 변화를 주었다. 찌개 외에 6가지 반찬이 나왔다. 이 정도를 7000원에 판매하는 것은 요즘 같이 오른 물가를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반찬은 모자란다고 하면 계속 제공하니 이 집에 가면 밥을 2 공기씩 먹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점심메뉴인 된장찌개에는 작은 냉동 꽃게가 들어간다. 반찬이 많아 집밥 형식의 밥집으로 인기 있었다.

한마디로 이 집의 점심 장사는 저녁 술추렴을 위한 미끼 상품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한 집합 금지, 거리제한 등으로 인해 저녁 장사를 사실상 망쳤다. 점심마저도 식당에 오기보다 배달 도시락을 선호하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 

이 집은 1961년 개업했다. 20대부터 장사를 시작한 주인 할머니 고수덕(85)씨는 지금까지 해왔지만 지난 2년간 이어진 코로나 19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이 집은 처음 1층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옆 공간까지 키웠고 저녁 술장사를 주로 하는 2층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 창궐 이후 2층은 거의 빈 상태라고 했다. 인건비도 힘들고 임대료가 1천만 원이 넘게 내고 있는데, 힘들지만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2층만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자 했지만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상 외국 관광객(특히 중국 관광객)에 의존했던 명동 상권이 폐허가 된 지 오래다. 통술집이 있는 이곳은 관광객이 아닌 주변 회사원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매출 저하를 막지 못했다.

2016년 서울시 미래유산에 등재 됐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타격은 결국 문을 닫게 만들었다.

결국 가게를 접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수덕 할머니는 아예 장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공간은 작아지더라도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2016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통술집이 미래유산으로 계속 남지 못하게 만든 코로나 19가 미울 따름이다. 하기사 임대료를 내려 주지 못하는 건물주도 여러 사정이 있을 테지만,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도 오를 테니 당연히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골치가 아픈 시절이다. [빈모]


덧붙임 : 30일까지 영업하기로 했으나 남은 식재료 소진 위해 1월 1일은 쉬고 2022년 1월 2일~3일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참고 : [서대문 통술집 폐업 전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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