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어린 시절에 단순히 지적장애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ADHD 증상까지 겹쳐, 한 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빴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엄마는 그때마다 매를 들었다. 지금 같으면 아동학대라며 신고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다.
엄마는 오빠에게 지하철에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조용히 경고하곤 했다.
"3대."
이 한 마디가 엄마가 하는 경고의 전부였다. 그 말인 즉슨, 가만히 있지 않으면 집에 도착해서 3대를 맞을 거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오빠가 그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엄마는 집에 도착하면 실제로 매를 들고 정확히 3대를 때렸다. 반복된 훈육에 오빠는 결국 엄마의 경고를 체득하게 되었고, 그 후로는 엄마의 경고만 들으면 바로 얌전해졌다.
특별교육센터에서 배우는 것과 별개로, 엄마는 끝없이 오빠를 가르쳐야 했다. 지적장애는 사람마다 그 증상이 매우 다른데, 오빠의 경우에는 언어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가르쳐도 뇌의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긴 문장을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말을 할 때면 더듬거린 채 단답의 대답만 주로 하는 편이다.
오빠는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고, 엄마는 그제서야 겨우 서른에 불과한 나이가 되었다. 하루는 오빠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서 지쳐있는 채로 가만히 앉아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오빠가 그런 엄마를 손으로 잡아끌며 창문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따따디미 도도게서'라고 말을 했다. 엄마는 오빠의 발음이 부정확해서 알아듣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따따디미 도도게서!!!"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따따디미 도도게서!!! 따따디미 도도게서!!!!"
엄마와 오빠는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실에 답답해하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는데, 마침내 엄마는 오빠가 하는 말의 뜻을 알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오빠가 한 말은 "하나님이 보고 계셔!"라는 말이었다. 그 시절, 엄마는 항상 오빠에게 예절을 가르치며, '하나님이 보고 계시니깐 안 보이는 곳에서도 항상 올바르게 행동해야 돼.'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엄마에게 말을 한 것이었다. 오빠의 그 한 마디로 엄마는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엄마는 오빠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쳤다. 오빠는 몇 천 번이고 혼나가며 정석을 몸에 익혔다. •엄마는 오빠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지금도 받아쓰기를 하면 백 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글을 쓴다. •엄마는 오빠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지금도 오빠는 영어를 보면 뜻은 모르더라도 읽을 수는 있다. •엄마는 오빠에게 사칙연산을 가르쳤다. 지금까지도 숫자를 주고 계산을 하라고 하면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다.
그 시절 엄마가 오빠에게 삶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오빠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빠는 지금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혼자서도 잘 돌아다닌다. 공공장소에 가도 요란하다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다. 외모도 평범하기 때문에, 지하철에 가만히 앉아 있는 오빠를 보며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가 오빠를 가르치며 겪었을 고통과 오빠가 배우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지를 상상하면, 그 노력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껴진다. 엄마의 끈질긴 교육과 사랑 덕분에 오빠는 지금도 꽤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