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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Sep 07. 2024

교복 위에 새겨진 낙서

Ep 4. 오빠의 학교 생활

오빠가 어느덧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엄마에게는 선택지가 두 가지 있었다. 특수학교에 보내어 보호받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학교에서 세상의 바람에 맞설 기회를 줄 것인지. 한참을 고민한 엄마는, 오빠가 특수학교에 가면 그동안 쌓아온 교육이 물거품이 될까 우려하여 결국 일반학교를 선택했다.


예상대로 일반학교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오빠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자주 외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초등학생 시절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덕분에 심한 괴롭힘은 없었고, 오빠는 그저 항상 혼자 있는 아이가 되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엄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을 생각했다.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상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던 엄마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매일같이 오빠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데려오기를 반복했다. 그 덕분에 오빠는 큰 어려움 없이 일반 초등학교에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간흘러 중학생이 되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이 오빠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따돌림은 당연했고, 오빠의 교과서를 가져가거나 물건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빠는 평소에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누가 괴롭혔니?"라는 질문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아니"였다. 오빠에게 '괴롭힘'이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낯설고 모호 것이었다. 그저 어딘가 불편하고 기분 나쁜 일이 잠시 스쳐간 것처럼 느껴졌을 뿐, 그것이 누군가의 악의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뒷자리에 앉아있던 같은 반 아이들이 오빠의 교복에 유성 매직으로 큼직하게 글씨를 적어놓는 일이 발생했다.


'짜 바'


남들에게는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부모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한 마디였다. 오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교복을 그대로 입고 집으로 돌아왔고, 엄마는 그 글씨가 새겨진 옷을 직접 손빨래해야 했다.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손끝이 얼얼해지도록 문지르던 엄마는, 문득 속에서 올라오는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억울함,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빠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결국 엄마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눈물 속에는 오빠가 겪어야 했을 아픔에 대한 미안함과,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는 무력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마냥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오빠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 손에 든 교복을 바라보며 결심을 한 뒤 학교로 향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이 엄마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교에 도착해 선생님에게 상황을 설명한 엄마는, 오빠를 향한 괴롭힘이 멈출 수 있도록 중재를 부탁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불러 오빠를 괴롭히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고,  뒤로 같은 학교 학생들이 오빠를 괴롭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어도 엄마가 아는 선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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