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L.A., 그 잔잔한 여행

어딜가든 커플이라 오해받는 우리,

by 신잔잔


시차로 인해 새벽에 잠을 자지 못하다가 둘다 10시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국 어제 정해두었던 아침 계획은 내일로 미루고 일어나자마자 아침부터 먹었다. 다행히 어제 사 놓은 빵과 씨리얼이 있어서 우유에 말아먹고 준비한 뒤, Staples Center로 농구를 보러 향했다.


미국에 오기 2주 전부터 예매해 놓은 경기였다. 원래는 풋볼을 보려 하였으나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집 근처에 있는 농구장에서 볼 수 있는 경기를 택했다. 사실 어제는 유명한 경기가 있는 날이었지만 농구에 '농'자도 모르는 우리는 그냥 분위기만 즐기기 위해 약간 덜 인기가 있어 보이는 듯한 (그러니 자리가 남아 있었겠지, 싶었던) 경기를 보러 갔다.


CLIPPERS vs Nugget. 클리퍼스가 우리가 있는 스테이플스 홈그라운드라 어딘지도 잘 모르지만 우리도 거길 응원했다. 응원을 해야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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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단 배꼽이지. 먹으러 왔다, 우리.


위치는 그냥 꼭대기. 말 그대로 '가 봤다'에 의의를 둔다. 우리나라 야구경기처럼 여기도 먹을 걸 사갈 수 있다. 다만 오지게 비쌀뿐이다. 샌드위치 하나+작은 샐러드+작은과자+물 해서 콤보 A가 2만 5천원 정도 한다. 그렇게 경기를 시작 하는데 농구를 원래 직관한 적이 초등학생 때 이후로 없어서 그런지 타임아웃마다 원래 이렇게 이벤트가 많은가 싶다. 경기가 아니라 이벤트를 보여주고 싶어서 경기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농구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우리는 영화표 예매를 오후 4시 20분에 해 놓은 상태였어서 경기가 끝나기 10분 전 즈음에 나왔다. 영화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Regal Cinemas에 갔다. '아쿠아맨'을 봤는데 사람들 반응이 너무 웃기다. 우리나라처럼 조용히 예의를 지키며 보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흥이 넘쳐난다. 영화 끝무렵에 아쿠아맨의 엄마 얼굴이 딱 나오는 순간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친다. 그런 박수와 박장대소가 영화 내내 수차례가 있었다. 사람들이 영화 자체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모습이 보여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Yard House라는 곳으로 향했다. 근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거의 20분을 기다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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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와 맥주 두잔을 시켜서 마셨다. 참 신기한 것이,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때면 매 순간 순간이 참 신기하고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환상 속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한 피로와, 주변에서 들리는 영어의 향연과, 밤의 황홀 속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 탓에 K와 함께 하는 와중에도 그 속에서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잘생긴 미국인이 와서 말을 거는 것이다. 띠용, 어디서 왔냐, 학생이냐, 블라블라 말을 거는데 좀 젠틀한 느낌이 있다가도 말투가 미드에서 많이 본 느낌이었다. 아마도 게이였던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우리가 커플인줄 알고 같이 놀자고 말하려고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우리의 영어 실력과 혹시나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서 약을 타먹이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방어적인 태도에 우리가 커플인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돌아간듯하다


여기서 왠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여러가지 오해를 많이 받는거같다. 여자 둘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걸까. 둘 다 가방드는 것을 싫어해서 여권과 돈과 카드를 대충 옷에 꾸깃꾸깃 넣고, 그 옷마저도 우린 둘 다 힙하게 입는 스타일인지라 아마 미국에 사는 언니들과 좀 다른가보다. 그냥 스타일일 뿐인데. 문화 차이인가. 그러고 돌아보니 미국 젊은 여자애들은 대부분 상의를 딱 붙게 입고 다닌다. 나는 빌리아일리시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를 커플로 보는 이유가 된느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여자들 둘이서 바에 앉아서 술마시는 게 이상한 건가. 아직도 의문이긴 하다.


아,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면 지난번에 우리한테 흑인 아줌마가 너네 둘이 married 한 사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화들짝 놀라며, 상호간에 매우 극혐하는 표정을 보며 아, 아니구나? 하던 기억. 우린 10년지기 저스트 프렌드인걸요 여러분..


맥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우버를 탔는데 운전자분이 자기 여동생이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7살때 한 살 어린 여동생을 입양했다고. 외국은 정말 입양문화가 발달한거같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가족은 당연히 친부모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볼때,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같은 공인 분들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일인지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운전자가 입양단체 이름을 대면서 아냐고 물어본다. 최고로 유명한 입양단체라고 하며. 나의 '입양문화가 발달하면 좋겠다'는 가치관과 다르게, 처음 들어보는 단체. 역시 나도 마음만 있고, 아직 멀었다. 아무튼 운전자분의 안전 운전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잠에 빠져든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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