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by Lifeartist



미미한 바람이 나를 깨웠다.

평범한 밤을 고요한 태풍의 눈이 감싼다.

저 멀리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광경을 눈 앞에 두고 나는 두려움에 떤다.



주변의 모든 것이 바람에 휩쓸려 올라간다.

보이는 것은 황무지.

거센 폭풍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북동쪽. 이곳이 북동쪽이 맞는가?

하늘의 별도 짙은 먹구름 뒤에 숨는다.

타닥타닥 날카로운 비명이 사방을 둘러싼다.

저기로 가야하는데, 이곳을 벗어나 한 발 떼는 것 조차 두렵다.



가진 것은 내 몸을 덮은 천 한 장 뿐.

맨발에 건조하게 부스러지는 흙이 닿는다.

빛 한 줌마저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며

메마른 손바닥을 움켜쥔다.



물 한 모금이 절실하다.

이 폭풍을 헤치고 나아갈 결심은 좀처럼 쉽지 않다.

불안한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두렵다. 그러나 떠나야한다.

이곳은 머무르기엔 너무 좁다.



내 한 몸 뉘일 곳을 나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폭풍이 길을 연 지금, 바로 지금.

저 길이 내가 가야할 곳.

이를 악물고 한발 내딛는다.

거센 바람에 휩쓸리지 않게 몸을 낮춘다.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은 나를 괴롭힐 뿐.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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