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두려운 마음을 데리고 살아가는 법

캐나다 이주 전의 감정 정리

by Lifeartist



나는 지금 불안하고 두렵다.




정말로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들과 전부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짐 쌓기 테트리스도 끝냈다. 가족과 시간도 충분히 보냈다. 사실 계속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나는 일기 쓰기를 며칠간 회피했다.



매일 새벽마다 뻑뻑한 눈이 번쩍 떠지고 더 이상 잠은 오지 않는다. 보통은 조용한 새벽 시간이 혼자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지난 2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밖에 일기를 쓰지 않았다.



표면 위의 감정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참 두렵다.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참 아플 것 같아 무서운데, 막상 들여다보면 그렇게까지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안심이 된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솔직하자고 되뇌면서도 나의 무의식은 무섭고 힘든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두렵다. 캐나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행기를 놓치면 어쩌지?부터 시작해 몬트리올로 가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일은 어떻게 구하지, 무슨 일을 하지, 절친한 친구 한 명도 사귀지 못하면 어쩌지, 갑자기 사고가 나거나,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괴한에게 습격당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연달아 떠오른다.




새삼 안 하던 걱정들이 쉬지 않고 떠오른다는 건 결국 내가 그만큼 출국을 앞두고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대와 설렘도 크다. 그러나 출국을 이제 이틀 앞둔 시점에서 불안이 내 머릿속의 헤드보드를 잡은 것 마냥 더욱 크게 올라오는 것 같다.






다른 나라로 이주를 앞두고 불안을 느낀다고 하면 사실 당연하다. 모든 환경이 낯선 선택인데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나 그동안 한국에서 쌓아온 것들을 놔두고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쌓아가야 하는데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불안을 직시하는 게 무섭고 두려워 지난 2주간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그냥 일기를 쓰기가 싫었다. 일기 쓰는 동안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어 참 좋았는데 이번엔 일기를 쓰는 게 귀찮은 일처럼 느껴지고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어제 내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는 일기를 쓰면서 느낀 것은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어 잠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심리적으로 거리 두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해도 괜찮다.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원하는 선택일지라도, 그에 따른 고생과 고난을 감수하는 것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택을 내리고 유지하는 데엔 매일매일 용기가 필요하다. 쉬운 선택을 놔두고 어려움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자부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번 고생만 하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내 삶은 한번뿐인데, 한 나라에서만 살아가는 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지 않나?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 보고 느끼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나를 보는 게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나 많다. 어차피 노년이 되면 놀고 싶어도 쉬어야 할 텐데 지금은 하고 싶은 걸 잔뜩 만들고 잔뜩 실행해 가는 게 나에게 맞고 행복하다.




미래에 행복을 꿈꾸는 사람은 지금도 행복해야 한다. 지금의 행복을 미래로 미루게 되면 결국 행복을 잊어버리고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알 수 없게 된다.

나는 지난 2주간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두려움을 반짝반짝 빛나게 포장해 두었다.

불안과 초조는 작게 쪼개면 덜 무서워진다. 거기에 지금의 행복으로 따뜻하게 감싸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




내가 느끼는 불안은 가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꼭 가서 잘해야 하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처음에 원했던 목표는 달성하는 건데...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나 보다. 뭘 잘하고 싶었던 걸까? 가서 또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려고 했던 걸까? 그런 생활을 기대하고 가는 것이 아님에도,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욕심이 불안을 부추기고, 내 머릿속에서 생각의 폭풍을 만든 셈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자. 잘하려는 부담도 갖지 말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보자. 지금 당장 찾을 수 없어도 괜찮다. 남들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정 힘들면 다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도 괜찮다. 천천히 포기만 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그렇게 두려운 마음을 다독이며 데리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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