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나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한국이 아닌 땅을 밟은 첫 경험. 스물 한 살 1월, 나는 우즈베키스탄의 37학교라는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며칠이 내 마음에 얼마나 오래 남았는지, 그 기억은 아직도 반짝거리는 조각으로 남아있다. 울고 웃고, 끝내 아파서 앓기도 했던 그 계절처럼 이번에도 무언가를 깊이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번엔 추자도 추자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였다. 나는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만들었고 현장에서는 카메라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록했다. 눈보다 렌즈를 통해 본 시간이 더 길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더 가까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천천히 마음을 열었고, 그저 잘 놀아주고, 잘 웃어주었다. 캠프가 끝날 무렵,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혔고 누군가는 조용히 다가가 그 아이를 안아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마음들이 몸짓으로 먼저 닿던 순간들. 말보다 마음이 앞섰던 장면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따뜻했던 건, 아이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한 동료들, 선생님들,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마음을 건네던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 시간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밤늦게까지 고민하던 순간, 현장에서 아이들의 변화에 눈을 반짝이던 시선, 어떤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모습들. 그 조용한 애정이 모여 이 시간을 만든 것 같다.
많이, 아주 많이 반짝거렸다. 금방 스쳐갈지도 모르는 장면들이지만,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길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고, 괜히 혼자 먼 바다를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건강하게 잘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런 바람을 조용히 품게 된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분명한 건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도 서로를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번에도 그랬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반짝이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