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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Apr 30. 2021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 33

먹어도 배가 고픈 사람들

 먹어도 배가 고픈 사람들

                                                                                                     신 화 자

  

 TV를 열면 채널마다 남자들이 요리를 한다. 서투른 솜씨로 또는 익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고 맛나게 먹는다. 잘 생기고 유명한 쉐프들이 전문요리를 만들고 유쾌하게 게임을 하듯 요리 대결을 한다. 특정인의 냉장고를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한다. 냉장고 주인이 요리를 주문하면 15분 안에 음식을 만들어서 평가를 받는다. 지나간 시절 배가 고팠을 때 먹었다거나 객지에서의 향수를 불러 그 시절을 추억하기도 한다. 볼거리와 먹거리에 추억을 찾아가는 요리게임이다. 진행은 재미를 보태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간접경험을 강요당한다. 남자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방송사마다 시청자들을 잡아끌고 있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아주 쉽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부엌일이라면 어지간히 익숙해진 나도 가끔 먹방에 빠져든다.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빠르게 음식을 만듦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른바 먹방, 쿡방이 요리를 기피하는 여자들을 주방으로 달려가게 한다고 하니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다.

 먹는 즐거움은 삶의 기본 욕구다. 잠을 자는 것 수면욕구와 또 한 가지가 삼대 기본욕구라는데,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외식산업이 번창하고 집 밥이 그리운 이들이 늘어난다. 불황이라고 경기가 내리막으로 곤두박질친다고 아우성이어도 잘 되는 식당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뭔가 다르다. 서비스가 다르고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만족스럽다. 한 마디로 기본에 충실한 밥집들이다. 내 가족을 위해서 만드는 것처럼 음식을 만드는 집들이고 주인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정성껏 먹거리를 준비한다. 식재료를 사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대박이 안 날 수가 없다.

 집 밥이 그리운 이들이 찾아다니는 밥집들이 뜬다고 한다. 구수한 손맛을 내는 밥집이 인기다. 청국장, 두부찌개처럼 일상의 평범한 밥상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만큼 집에서 먹는 밥이 부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집에서 밥을 하고 밥 먹을 시간여유가 없을 만큼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집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즐기지 않는 것이 이유일 것 같다. 어머니 손맛처럼 구수하고 기름기 잘잘 돌아 밥이 맛나다고 소문이 난 식당은 시간을 비켜 가야 기다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단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심해진 세태에도 인정을 받는 밥집들은 강한 믿음을 주는 뭔가가 있다. 밖에서 일하는 여자는 바빠서 음식 만드는 일을 기피한다.’고 그렇게 핑계를 댈 수도 있으나 전업주부들 중에도 밥상을 차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일까? 믿기지 않는다. 식재료 중에도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간장 고추장을 대량생산하는 공장들이 시설을 늘려 간다. 김치도 집에서 담그지 않으면서 살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밥을 안 한 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살림이 간편해지고 주방시설은 훨씬 편리해졌는데 집에서 먹는 밥보다 밖에서 먹는 일에 더 집착하는 것은 여유로 와 진 김에 더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게으름의 문화라고 나무라고 싶다.

 주방은 여자들만의 전용공간이라는 생각을 바꾼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만들기에 나섰다. 일찍부터 전문 주방장이나 유명한 직업 요리사들은 남자들이었다. 요즘은 보통의 평범한 남자들조차 모두 음식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퇴직한 남자들이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우고 전문가처럼 익숙하게 요리를 한다.

차라리 내 입맛에 맞춘 먹거리를 내가 만들어 먹겠다.”는 결연한 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밥은 사랑이다. 밥을 함께 먹으면서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한다. 밥상에서 정이 쌓인다. ‘언제 밥 한 번 먹읍시다.’ 라는 말을 지나가는 말처럼 건네는 것은 당신과 두터운 정을 쌓고 싶다는 간접표현이다. “밥 심으로 산다.”는 말에서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강렬한 식욕과 생존의욕이 느껴진다.

 밥은 추억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처럼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지나간 시절의 별것도 아닌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먹어도 배가 고프다. 추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남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실력을 뽐낸다.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먹방만들기에 몰두한다. 이대로라면 여자들이 주방에서 밀려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위기를 느낀 여자들이 주방으로 달려가고 앞치마를 되돌려 달라고 시위를 하게 될 것 같다.

  #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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