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소 음(騷 音)
신 화 자
담을 사이에 두고 집 뒤에 자동차 정비공장이 있다. 요즘 모두 불경기라는데 정비공장은 사업이 번창하는 듯 시설을 늘리고 야간작업까지 하고 있다. 기름 값이 솟구쳐도 달리는 자동차는 여전히 늘어나고 질주하는 걸로 보아 정비공장은 일거리가 줄어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사업이 번창해서 이웃이 잘 되는 게 불만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기계가 돌아가고 금속성의 시끄러운 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 들리므로 나의 무딘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해진다. 참을성을 발휘하다가 어느 날 불편함을 호소했더니 울타리를 높이고 공장의 작업장 건물을 높이 올렸다. 환풍구를 높이 뽑아 올려서 도색할 때 뿜어내는 냄새 공해는 줄어들었으나 환풍기를 돌려대는 대형 모터의 웅웅 거리는 소음이 초대형 수송기의 굉음처럼 작업시간의 시작과 마침을 알린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갖가지 소음(騷音)들은 문명의 혜택으로 생기는 부작용이다. 컴퓨터의 웅웅 거리는 소리,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에어컨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청소기를 사용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들이다. 그 밖에도 집안에서 전기제품들을 사용할 때 생기는 소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공사장에서 생기는 소음과 자동차의 경고음, 돌아가는 모든 바퀴의 굉음과 기계소리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피곤을 느낀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공해와 스트레스에 노출이 많은 도심의 복잡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성 신경질환이 더 많을 것이다.
시끄럽기는 사람의 소리도 한몫을 한다. 편을 갈라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욕설이 어지럽게 오고 간다. 화가 나면 자제력을 잃고 큰 소리로 고함을 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떤 이는 시끄러운 세상에 차라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조용해서 좋다고 말했다. 왁자지껄 음성이 크고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자칫 언쟁을 벌이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모처럼 단체로 떠난 여행길 하룻밤 잠자리에서 옆 사람의 코 고는 소리도 심각한 소음공해다.
하루 종일 예, 아니오 몇 마디가 대화의 전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화를 즐긴다고 잠시도 쉴 새 없이 지껄이는 이도 있으니 듣기에 따라서는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듣기에 지치지 않으려면 함께 사는 이는 아름다운 종달새의 지저귐으로 들어야 할 일이다. 음악도 듣기에 따라 공해가 될 수 있고 취향에 따라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될 수 있다.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를 기억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태아에게 어머니의 몸은 우주와 같다. 어머니의 심장이 뛰는 소리, 혈관을 타고 혈액이 이동하는 소리,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이동하는 소리와 같은 소음을 듣고 자란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음은 청소기의 소음이나 시냇물 소리, 폭포수에 포함된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불면증을 치료하고 집중력을 높이고 안정감을 찾아준다고 한다. 소음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어서 소음도 치료제로 쓰는 셈이다. 자연의 빗소리는 여성에게, 파도소리 나 울창한 대숲에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는 남성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듣는 이의 심성을 고요하게 하고 안정감을 찾아 줌으로 치료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연의 소리로 교통소음을 정화하기도 한단다. 나뭇잎이 내는 소리를 이용하면 교통소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어 잎이 스칠 때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녹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는데 소음으로 소음을 중화하는 셈이다.
듣기 좋은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에 둘러싸여서 즐거워지기도 하고 짜증스러워지기도 한다. 듣기 좋은 자연의 소리는 점점 줄어드는가 하면 기계음이나 교통소음은 우리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자동차는 달리면서 계속 빵빵거리고 집안의 가전제품도 점점 늘어갈 것이다. 전기가 공급되는 동안 계속 들려오는 크고 작은 소음도 늘어갈 것이다. 대형 에어컨의 소음은 얼마나 대단한가. 문명의 혜택이 생활을 편하게 하는가. 고달프게 하는 것인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은 자연의 소리다.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고 풀벌레 소리가 듣는 이들의 기분에 따라 기쁨으로 또는 서글픔으로 사람들의 정서에 스며든다.
참을 수 없는 소음공해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상대방을 바꿀 수 없으면 나 지신이 변해야 하는 것이다. 기계음을 자연의 소리로 바꿔서 듣는 것은 어떨까. 금속성의 소음을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숲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라고 착각을 한다. 웅장한 폭포 소리는 어떨까. 왕풍뎅이의 날갯짓 소리라면 들을 만하지 않을까. 윙윙 거림은 꿀벌들의 단체 이동하는 소리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세 찬 바람이 부는구나. 오늘은 파도가 높구나.라고 말이다. 너그러운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도 뒷집에서는 ‘우르르, 쾅쾅. 쏴아...’ 폭포수가 쉬지 않고 떨어져 내리고 왕풍뎅이 날갯짓이 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