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소설가의 <대온실수리보고서>는 창경궁에 있는 눈에 띄면서도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건물인 대온실을 수리하면서, 주인공인 '영두'가 자신의 과거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온실을 지은 '후쿠다'의 개척 정신을 보여주면서, 온실을 관리한 사람의 가족과 현재에 창경궁 주변 '낙원하숙'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중첩하여 보여주고 있다.
나는 김금희 소설가의 책을 처음으로 봤는데 사람의 심리를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담는데 탁월한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경애의 마음>에 심리 묘사가 더 중점적으로 되어있다고 하니 그 책도 읽고 싶어졌다. 소설 속의 대화를 읽다 보면 어디선가 나도 이런 대화를 나눠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설가는 평상시에 마음에 드는 대화가 있으면 그때그때 잘 기억해 두었다가 메모를 하고 분류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157쪽
그리고 잔류 일본인이라는 사회적 소수 소수자를 제재로 삼은 것이 좋았다. 더욱이 '안문자 할머니'가 잔류하게 된 원인도 그 당시 사회가 그녀에게 심어놓은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점이 굉장히 애통했다. 그녀는 피해자 입장에서 정당방위를 한 것일 뿐인데, 설사 가해자인 '이창충'이 죽었다고 할지라도 그녀에게는 큰 잘못이 없는데도,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녀의 삶이 그 시대 인물상을 너무나 잘 담아낸 것 같았다. 본인도 입에 올릴 수 없는 이야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것은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김금희 작가의 주인공 선택은 올바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안문자 할머니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고, 그녀의 한 많은 인생을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몇 가지 행동으로 밖에 추측할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소설의 문장이 짧고 담담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에 치우쳐 흐느적거리는 문장이 아니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문장 하나도 허투루 쓰인 법이 없이, 오랜 기간 주제별로 메모하고 다듬어 온 문장을 적절한 에피소드에 곁들여 배치했다.
이런 소설은 어떻게 구상할까? 어떤 장소에 대한 역사를 샅샅이 공부하면서 노트에 정리해 나간다. 그 장소를 자주 방문하여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정동을 기록한다. 그 장소에서 과거와 현재에 일어날 수 있는, 이왕이면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을 상상한다. 등장인물은 가능하면 역사에서 가장 소외되어 인식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을 택한다. 잔류 일본인이 그 대표 격이다. 잔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말할 수 없이 애통해야 한다.
현대에 일어난 사건들 중에 과거의 사건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 글의 재미를 위해 타고난 악인도 설정한다. 어떤 인간들이 사회에서 악한 행동을 하는지 기록한다. 인물의 성격을 은유할 수 있는 한 가지 비유 체계를 구축해 놓는다. 예를 들면 새의 습성 같이 생물의 습성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일어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대화가 일어날 때마다 이를 잘 기록해 놓는다. 해피 엔딩을 위해서 소설적 허용 몇 가지는 사용한다. 되도록 귀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