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콘서트(2024),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by 봄눈


최근에(2025.02.28.)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바디 콘서트'를 보게 되었다. 음악과 댄스, 무용만 있는 공연이었는데, 공연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댄스에 무슨 스토리가 있겠는가? 가사가 있는 노래는 심지어 1~2개 밖에 없었는데. 그냥 공연자의 동작과 몸놀림 자체가 감동적이었다고 말을 해야 하나. 소리의 높낮음을 타고 공연자의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만든 김보람님은 어느 방송에서 '아무리 하찮은 것(몸짓)이라도, 그것을 정말 열심히 하면 아무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연의 몸짓을 절대 하찮은 것이 아니었고 거기다가 그것을 너무나 열심히 해서 감동을 했다고 해야 하나.

공연을 다 보고 나와서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다 신비로워 보였다. 내 몸도 저렇게 신비로운 존재라는 느낌으로 행복했다.


IMG_4965.jpg <바디 콘서트> 공연장(예술의 전당) 입구의 거대한 포스터


Emotion - Daft Punk

이 노래는 상당히 초반부터 ‘쓰으~읍, 쓰으~읍’이라는 소리가 바탕에 깔린다.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바닥에 끄는 소리 같기도 한 소리다. 이 소리는 마지막에는 상당히 커져서 그 소리만 남는다. ‘바디 콘서트’의 공연자들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 같은 ‘쓰으~읍’소리에 맞추어서 단지 두 팔을 내렸다가 머리 위로 올리는 행동을 반복한다. 계속 반복한다. 그런데 그냥 두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두 팔에 온몸의 힘을 다 끌어당겨서 아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 같기도 하게 ‘아주 열심히’ 두 팔을 끌어올린다. 그것도 마지막, 가장 마지막 소리까지 온몸의 근육을 다 써서 끌어올린다. 윗 옷을 안 입은 공연자의 상체 근육이 매번 요동치듯 울근불근하는 흐름을 만들어 낸다. 대단히 아름다운 몸놀림도 아니고, 정말 평범한 동작인데, 너무 열심히 하니까,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 하니까,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된다.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눈도 못 떼고 그 장면을 바라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GBZSDKBU


IMG_4968.jpg <바디 콘서트> 공연장(예술의 전당) 입구의 거대한 포스터


Lascia ch'io pianga - G. F. Handel

이 음악은 어느 CF에서 사용되었던 것 같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음악이다. 이 음악에 맞추어 공연자들은 처음에는 우아한 몸짓을 하는 듯하다가 발레와 비슷한 몸짓도 하다가 그렇게 흘러가는 듯하더니 급기야는 강렬하고 빠른 몸동작을 한다. 두 팔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돌리고 온몸을 견딜 수 없다는 뜻이 흔들고. 이런 우아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그런 동작을 하다니...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우아함에 그런 격렬한 동작을 보이는 모습이 나는 그렇게 마음에 와닿았다. 우아한 척해야 되지만, 평온한 척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콩 볶는 총소리가 나는 전쟁터다. 그런 나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난 정말 공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o_EmfEPWs


It's all good - MC Hammer

굉장히 대중적이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리듬이다. 그냥 즐겁고, 리듬에 맞게 몸을 흔들면 그만이다. 이 노래에 맞추어서 어떤 공연이 펼쳐졌는지는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연자들은 힙합과 비보잉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가끔 비보잉 춤을 보여주긴 하는데, 그것은 약간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전체적인 공연은 줄거리를 따라서 진행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wVZhtsws0


I got Love - Nate Dogg

이 노래에 맞는 장면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공연 장면이 충격적이어서, 어떤 음악이 흘렀는지, 아니면 정적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장면이 춤 공연에서 일상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공연자 1명이 어깨와 목을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를 선다. 그것만 해도 얼마나 힘들까 하고 보는 사람은 놀라는데 나머지 공연자들이 하나하나 무대로 올라와서 하나씩 같은 자세로 물구나무를 선다. 그리고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물구나무를 풀지 않는다. 그 모습이 마치 무대 위에 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는 것 같다.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공중에서 두 다리 끝이 흔들흔들한다. 음악이 끝나야 저 사람들이 물구나무를 풀 텐데, 음악이 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데 음악이 계속된다. 움직임이 없는데 숨 막히는 무용공연. 무용이 아니라 극기이다. 몸놀림은 즐거움이 아니라 존재의 극복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QaUPf9V-Q


바래진 기억에 - 박지윤

공연자 한 명이 무대에 등을 보이고 모로 누워있다. 어깨를 흔들며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괴로워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잠 자기 전 내 모습 같다. 그러다가 여러 공연자가 몰려나와 뒤섞이며 몸부림치며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것 같은 몸짓들이다. 그러다가 한 명이 무대 뒤로 도망가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다리며 팔이며를 악착같이 붙들고 늘어진다.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다. 결국은 사람이 매달리는 기억에서 벗어나서 무대 밖으로 달아난다.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기억,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안간힘을 썼던 순간이 떠올랐다. 대사 한마디도 없이 의미가 전달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c4eupZ9WcU


<바디 콘서트> 공연 포스터


Dying - Maximilian Hacker

처음에는 공연자 한 명이 무대에서 물구나무를 서 있다가 바닥에 다리를 내리면 무대 위에서 옆으로 앞으로 부드럽게 구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축으로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와 왼쪽 옆구리가 차례로 바닥에 닿는다. 말로 묘사가 잘 안 되는데 우아하면서도 한 자세로 머물지 못하는 몸부림 같기도 하고, 온몸을 한 방향이 아니라 4개 방향으로 돌린다. 그렇게 한 곡 내내 한 명씩 공연자가 늘어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느리지만 정지하지 않고 온몸으로 돌고 구른다. 춤으로서의 동작은 없다. 존재의 움직임 자체다. 공연을 볼 때는 음악 이름이 Dying인지 몰랐다. 그게 죽어감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율동인지 몰랐다.

https://youtu.be/6yMwJe55F7A?si=aktDcIn0EGmjCY1N


진도아리랑 - 서편제

힙합 음악만 흐르다가 갑자기 치직거리는 레코드판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사람이 산다면 얼마나 산다고~’하는 판소리 타령이 울려 퍼진다. 듣는 사람은 깜짝 놀란다. 끝에서 두 번째 곡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 곡은 힙합으로 수습될 것은 알았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무용 공연에 이런 노래가 나오다니, 나는 놀라서 잠깐 넋이 나갔고 무대에서 어떤 공연이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노래는 무용 공연의 줄거리에서 클라이 막스를 담당하는 듯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IvQK_q2u7s


나는 공연이 끝나고도 사실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공연이 끝나고 30분쯤 지났을까, 공연자들이 지인들과 인사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까이서 본 그들은 '표현'의 천재들로 보였다. 표현한다, 온몸으로, 표정으로, 말로, 자신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표현한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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