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낯선 이는 낯선 이 가 아니다
꿈을 꿨다. 오래전 고등학생 때 알던 친구가 나왔다. 엄청 친하지는 않았지만 순박한 인상을 가졌던 친구의 맑은 웃음이 기억났다. 꿈자리가 사나웠던 한 달 내내, 잠을 자는 것이 공포였던 그 한 달 만에 정다운 얼굴이 나온 것이다.
다른 대학에 들어가고 번호가 바뀐 뒤 그 친구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원하던 간호사가 되었는지 안경을 벗고 예뻐질 거라던 소원은 이뤘는지 꿈 자락에 남겨졌던 아득한 학창 시절의 기억이 났다. 항상 무릎을 넘어야 했던 치마 길이도 목 끝까지 채워졌던 와이셔츠의 답답함이 그리웠다.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랬고 30쯤에는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를 꿈꿨다. 30을 2년 앞둔 지금, 고등학생 때보다 더 많은 구속을 받았고 여전히 불안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나왔던 꿈을 꾸고 난 다음날부터 악몽을 꾸지 않았다. 순박한 친구의 미소의 힘이었는지 햇살이 내리던 교정의 분위기 때문인지 한결 마음이 포근해졌다.
꿈에서 본 낯선 사람은 잠깐 지나치듯이라도 만났던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10년 전에 잊혔던 얼굴이 다시 나온 오늘, 그간 나를 괴롭혔던 악몽이 더 이상 미지의 것이 아닌 확신이 든다. 지나간 후회와 걱정이 섞인 나의 세계의 것이라는 것을 오래된 친구의 그 순박한 웃음 때문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