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학교 가자

by 민들레

노는 아이들 소리

저녁 무렵의 교정은
아쉽게 남겨진 햇살에 물들고


며칠 전, 긴 산책을 나섰다. 내가 사는 곳 근처 길가엔 벚꽃이 아주 흐드러지게 폈다. 그 길을 끝자락엔 한 고등학교가 나온다. 벚꽃의 향기와 벌들의 부지런함이 윙윙대는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아이들의 오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교정은 텅 비어있다. 분명 이때 즈음이면 교복을 줄여 입고 교문 앞에서 혼이 나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불이 꺼져있는 교실과 텅 빈 벤치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도 없는 교정을 휘돌고 있자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던, 뛸 때는 꼭 앞머리를 잡고 뛰던, 선생님에게 혼날걸 알면서도 교복을 줄여 입던 철없고 티 없던 그때가 말이다. 당시에는 “교정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와 닿지도 않고 이 지옥 같은 고등학교(?)가 뭐가 좋다는 건지 어른들의 배부른 소리라 생각했다. 교복의 답답함만큼 조금의 자유가 느껴지지 않는 이 시절이 뭐가 부럽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딱 10년이 된 지금, 난 그때의 교정이 너무 그립고 아련하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불량식품을 사 먹으며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하기 전 거닐던 운동장의 그 냄새가 아득하게 생각난다. 아이리버 엠피쓰리를 몰래 꽂고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척을 하던 그때의 시절이 떠올랐다.


햇살을 축복을 듬뿍 받아 물들어가는 벚꽃 사이를 걸으며 빨리, 부디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분주함으로 교정이 채워지길 바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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