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팟에 대하여

편리와 단절의 중간에서

by 민들레

“이제 유선 이어폰은 못쓰겠어요.

어디 가든 사람들은 다 에어 팟만 끼고 있어서

유선을 쓰는 제가 촌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우연히 인터넷 글에서 봤던 글인데

며칠 전 서울에 다녀오고 알았다.

지하철 한 칸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귀에는

에어 팟이 자리 잡아있었다. 난 워낙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탓에 에어 팟은 꿈도 꾸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에 살았다면 이미 내 귀에도 에어 팟이 꽂혀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어 팟은 획기적인 디자인과 편리성으로 빠르게 팔려나갔다. 난 대중교통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 출퇴근 지옥철에 몸을 기대어 자다 부리나케 내릴라 하면 이어폰 선이 타인의 가방이나 단추에 꿰여 못 내리는 난감한 상황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에어 팟은 이런 대중교통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략 난감한 상황을 없앴고 에어 팟을 통해 자신만의 심적 여유 공간을 만들며 출퇴근 지옥철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난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선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도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예전처럼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며 멀찍이 떨어진 사람을 곁으로 끌어 올 수도 없고 이어폰 선이 꼬여 고생하는 그 사람을 도와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람을 점점 편리하게 하지만 동시에 분리하기도 한다.


우리 삶의 혼밥, 혼술, 혼영 등 솔로 라이프가 익숙해지고 개인의 가치 있는 삶을 즐기는 것도 너무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체온과 품을 나누는 것도 필수조건이라 생각한다. 그저 에어 팟을 귀에 끼고 편리함의 동굴에 혼자 들어가 살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서로가 필요하다.


이전에 화상통화로 그리운 아빠랑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톡톡 누르며 안이 보이는 냉장고 광고에서도

함께 음식을 하며 행복해하는 가족이 있었다.

기술은 이런 따뜻함을 위해 기획되지만 오히려 우릴 더 외롭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핸드폰만 보며 밥을 먹는 커플이라던지, 듀얼 스크린과 이어폰으로 각자 보고 싶은 채널을 보며 함께 앉아도 다른 세계에 있는 부부라던지..


물론 생활의 편리는 너무 중요하고 계속 발전해나가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 안에서 너무 삭막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에어 팟 두쪽처럼 우리의 유대감이 뚝 잘려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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