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실에서 눈을 뜬 후 처음본건, 아이가 아니라 남편이었다. 순간 북받쳐 오르던 감정을 주체 못 하고 부은 눈과 손이 더 붓는지도 모른 채 펑펑 울었다.
모르겠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수술실에서 마취를 한 후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 바로 아이를 본 것도 아니었는데 눈을 뜬 후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확실히 기억나는 건,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었다는 것이 감동스럽게 감격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엄마가 무지 보고 싶었다는 것.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간호사는 회복실로 아이를 데려와 주었다. 내 아이와의 첫 대면. 10달을 교감했던 아이와 마주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속싸개에 꽁꽁 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누에고치 속 애벌레 같았다. 내가 깨질 것처럼 여리고 작은아이를 안았을 때, 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걸 실감하지 못하는 양, 손발을 오므린 채, 순하디 순한 양처럼 곤히 잠들어 있었다. 피부는 솜털처럼 보드랍고 보송보송했다. 아기체취가 내 후각세포를 자극했다. 갓난아기의 살냄새는 어디서 오는 걸까? 엄마의 뱃속 냄새가 배어 나온 걸까? 나는 아기체취가 품속 냄새 같기도 하고, 태어나는 존재들의 가련한 향기 같아서, 이 아이가 더없이 소중해져서는, 한없이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고야 마는 아기살냄새는 분명 모정의 생성과 연관이 있을 듯싶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 모정은 본능적인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생기는 거구나…
남편과 내가 아빠 엄마가 되었고, 우리가 아이로 인해 진정한 가정을 이루게 되어서였을까. 아이의 사랑스러운 젓비린내에 취하고, 아직 여물지 않은 울음소리에도 어여쁘게 어루만졌던 시간들에 빠져 우리는 그해 여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나뭇잎의 그림자가 춤을 추듯 흔들리며 창가에 비추었을 때, 창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야들야들한 바람이 나의 뺨을 살랑이며 간지럽혔을 때 나는 비로소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나뭇잎이 짙푸른 초록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여름이 왔다. 나는 여름을 느낀 그날, 1년 만에 맥주를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맛은 바다의 파도소리처럼 청량했고, 나의 식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처음 만났던 그해 여름은 온 우주에 우리 셋만 있는 것처럼 아늑했는데 그 아늑함은 살면서 처음 느낀 새로운 안정감이었다. 마치우리를 감싸주는 겨울이불처럼 따뜻했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을 축복하는 그림책입니다.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을 동물들의 사랑스러운 시선과 노란빛으로 찬란하고 눈부시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기는 꽃사슴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세상으로 나오고 있어요.^^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꽃바람 향기가 막 날아왔어요.> 아름다운 글귀와 따뜻한 그림으로 "너는 모두의 기쁨과 기다림 속에 탄생한 소중한 아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