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연애시절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학교 야구장에서 남편과 봤던 달이, 사랑의 단맛에 취해 신비롭게 보였던 그날부터였을까?
내가 달이 좋아지기 시작했던 시점 말이다.
고요와 적막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학교 야구장. 그 오묘한 밤의 분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달빛이 우리만을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무대 위 주인공을 비추는 핀라이트처럼.
마치 우리 사랑이 특별하기라도 한 것처럼…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에 취해 환각상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연애시절의 그날들 이후로 내 사랑은 취기에서 깼건만, 지금까지도 달은 내게 환각상태의 착각이 아닌 환상적인(fantastic) 달로 남았다.
달은 행성이 아닌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 표면에 많은 분화구가 있고, 대기는 없다. 달은 그저 지구 곁을 맴도는 하나의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으로만 따지면 내 기준에서 달은 매력이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이 거대한 돌덩이에 이토록 마음을 빼앗기게 됐을까? 그날의 달의 이미지가 신비롭게 각인된 탓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불완전하고, 연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을 비는 표상이 달. 그래. 그거다. 달에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다. 우주가 미지의 저편에 있던 시절에는 차고, 기우는 달의 모양이 옛사람들에게는 신비함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신의 전유물로 생각 되었을 지도...그래서 달에 소원을 빌기 시작했던걸까...
나는 언젠가부터 밤하늘에 번진 달무리가 간절한 소원들이 넘쳐 흐른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달의 아우라는 우리 모두의 간절함 때문에 저리도 밝게 빛나는 것이라고…
2021년, 남편이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은지 이틀이 지난 무렵,
우리 세 식구는,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남편의 낯이 먹구름이 낀 하늘마냥 무겁게 가라앉더니 숨이 안쉬어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갑작스런 남편의 모습에 나는 얼어붙었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구급차가 빨리 오기만을 바라며 발만 동동거렸다. 이내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남편을 부축해 구급차에 태웠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때라, 보호자 동승이 어려웠다. 남편을 태운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때까지 나와 아이는 손을 꼭잡고 울면서 서 있었다.
다음날이 추석연휴였다. 간간히 백신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기사가 나왔으니 나와 아이는 남편의 백신부작용 증상에 극도로 예민해져 두렵고 불안했다. 남편이 집에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추석에 친정도, 시가도 가지 않은 채, 집에 있으니 아이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심심한 상황.
"보름이라도 보내라. 명절인데 어린것이 얼마나 심심하겠냐~~"
친정엄마가 제안했다.
추석연휴에는 오빠네와 동생네 식구가 친정에 와있으니 나도 아이가, 날카로워져 있는 엄마 아빠와 있는 것보다는 친정에 가 있는것이 낫겠다 싶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가겠다고 해서 아이만 친정에 보냈다. 추석연휴 며칠을 보내고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셨다.
" 밥도 잘 먹고 잘 놀았어~근데 어린것이 티는 안내도 아빠 걱정을 꽤 하고 있었나 보드라. 추석날 밤에 구름이 많이 껴서 달이 안 보였잖니~근데 창가로 가더니 손 모으고 소원을 빌더라. 그래서 내가 달도 안보이는데 소원비는거야? 그랬더니 고 기특한 것이 "할머니! 눈에 보이지 않는거지, 보름달이 안 뜬 건 아니예요~" 라고 하더라."
"우리 아빠 안 아프게 해 주세요,우리 가족 지켜주세요...”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떠있을 보름달에게 눈을감고, 두손을 모으고 빌었단다.
아이는 놀면서도 아빠 걱정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뺨위로 주체 할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온 세상의 따듯함을 모두 담아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그 후로 남편은 5번의 응급실을 더 갔지만, 다행히 다시 건강해졌다. 달은 그저 소원을 빌어야 할 대상이 필요했던 우리가 만들어낸 표상일 뿐,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달이 아니라 우리의 간절함일지도 모른다.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달이 아니라 해도 나는 달이 좋다. 각박한 세상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팩트가 아니라 믿음과 희망일 테니까. 그 어떤 것도 빈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달에 빌고 있는 소원은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 사랑의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쟁반 같이 둥근” 보름달에 비는 것인가.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다.
올해도 다시 찾아온 정월 대보름. 하늘이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오자, 남편과 아이와 달이 잘 보이는 곳으로 걸어 나와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각자 우리의 소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소원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우리의 소원이 사랑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달은 달일 뿐이지만,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어서 저리도 밝게 빛나는 것일 테니까.
* 엄마의 그림책
달이 등장하는 그림책은 수없이 많습니다. 달을 좋아하는 저는 좋아하는 달그림책도 많은데요. 고심 끝에 골라봤습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호랑나비가 달님에게 소원을 비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원이 꼭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달님은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호랑나비의 소원을 외면할 수 없어 따뜻한 시선으로 호랑나비의 소원의 대상을 지켜봅니다. 호랑나비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간절함을 소리 내어 빌어보면 누군가가 듣고 그 사랑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 내어 소원을 빌어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글에서 달이 지식적으로만 보면 제 기준에서는 매력이 없다고 썼지만 이 그림책은 달의 매력을 백 프로 느끼게 해주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저도 이 그림책을 통해 달의 매력을 알아 버렸으니까요.^^
달에 앉아 지구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요?
점프를 높이 해서 갈라진 틈을 건널 수 있다면요?
무엇보다도 달에 사는 생명체를 만날지도 모른다면요? 달에 대한 상상력이 무한히 뻗어가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달에 비는 소원을 이야기했으니, "소원"에 관련된 그림책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이는 소원을 빌면서 자신이 비는 소원이 진짜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님을 알았어요. "공부를 잘하게 해 주세요" 아~그건 엄마소원이지.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아 ~그건 아빠소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요. 아이는 "소원"을 비는 과정을 통해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갑니다. 아이의 "진짜 내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