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진 속 지금의 나를 보면 언제 저렇게 아줌마가 됐을까? 나는 임신 당시 먹덧이 와서 20kg의 살이 쪘다. 나는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에다, 탄수화물 중독자인데 임신을 하면서 밤마다 과일과 빵을 먹었다. 나도 한때는 멋 내기 좋아하던 아가씨였는데… 옷맵시 때문에 하이힐을 신고, 굶는 다이어트를 하고 머리를 예쁘게 어루만지고 화장을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은 TV속의 연예인을 바라보듯 그런 시절이 있기나 했었나 하는 것처럼 꿈을 꾼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보면 이십 대의 늘씬했던 내 몸을 말하는 것이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이를 업은 아줌마가 된 나를 보면 가끔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등에서 곤히 잠든 너에게 내 등은 ‘안전한 너의 세계’다. 아무 걱정 없이 내 등에서 잠든 너를 생각하면 안전하게 너를 지켜주고 싶어서 네 피부에 닿는 내 옷은 면을 안 입을 수가 없고, 혹여 널 업고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운동화를 신을 수밖에 없고, 내 머리카락이 네 얼굴에 닿아 까슬거릴까 봐 머리를 질끈 묶을 수밖에 없고, 11킬로나 되는 너를 업어주어야 하기에 굶는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이 몸뚱이로 살 수밖에 없지. 이렇게 아가씨에서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거구나… 나는 조금씩 늙어가고 아이는 자라고,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생각하면 서글프다가도, 그래도, 사는 동안 너보다 좋은 것이 뭐가 있겠니? 너보다 소중한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또 나는 아무래도 좋다.]
< 2015.07.15. 나의 일기 중에서 >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를 유달리 많이도 업어 주었다. 4~5살까지도 업고 다니니 길가 시던 어르신들이 엄마 힘들다고 걸어 다니라고 아이한테 핀잔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아이를 업었던 이유는 우선 안는 것보다 업으니 시야가 넓어졌고, 나에게는 안는 것보다 허리에 무리가 덜 갔으며, 아이가 앞이 아닌 등에 있으니 두 손이 좀 더 자유로웠다. 나는 어디든 아이를 업고 다녔다. 아이를 업으면 무게만 더 나갈 뿐 우리는 한 몸이 되었다. 내 아이 또래를 가진 주변 엄마들은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드니 유모차를 많이 태웠지만 나는 마냥 업고 다녔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도 업고 쇼핑을 했다. 모양새는 좀 빠졌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게 되면 한 층을 내려가려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업고 다니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니니 이동의 편리성에서 어부바를 택한 것이다. 아이는 5살이 될 때까지도 퍽이나 어부바를 좋아하였다.
그래서였을까? 남자아이인 나의 아이와 나 사이의 남다른 애착과 유대는 오랫동안 한 몸이었던 시간들을 지나 온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올해 10살이 된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꼭 껴안으며, 엄마 잘 잤냐며 아침인사를 건네곤 한다. 때로는 엄지 척 손짓과 함께 ‘엄마 굳, 엄마 그레잇, 엄마 엑설런트’라는 본인이 만든 3단 콤보 구호를 외치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고 10년 동안 다이어트를 안 해 봤을까? 굶기도 해 보고, 운동도 해보고, 다양한 다이어트를 해봤다. 그 덕에 얻은 건 줄어들었다가 잘 늘어나는 탄력 잃은 고무줄 같은 몸뿐이다. 꾸준한 다이어트가 아니니 살은 빠졌다가도 금세 요요가 찾아왔다.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완전히 180도 바뀐 내 몸을 바라보면서 이제 더 이상 20대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해도, 그때의 어부바가 나에게 있어서 결코 겪어 본 적도 없고, 잊을 수 없는 내 몸에 대한 기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등을 대고 앉으면 업히려고 달려와 작은 손으로 내 목을 두르던 감촉, 내 등에 기댄 채 잠들었던 아이의 체온과 등에서 버둥거렸던 아이의 자그마한 몸짓들, 업고 화장실까지 같이 갔던 한 몸 같은 답답함, 아이의 몸무게만큼이나 내 다리에 전해지던 하중. 그런 고단함 속에서도 내가 믿었던 것은 “내 등은 안전한 너의 세계”라는 것. 그것은 내가 처음 내주었던 무조건적인 사랑의 형태였다. 아이도 그때의 ‘안전한 세계’를 기억할까?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이의 몸속에 자신도 모르게 스미기를 바랐다. 영문도 모른 채 업혔던 그 몸의 기억이 아이에게 다른 사랑의 모양으로 자라기를말이다.
처음 학교를 가게 된 체스터는 낯선 환경이 불안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체스터에게 엄마가 멋진 비밀을 알려줍니다. "학교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답은 이미 표지에도 나와 있어요. 사랑이 담긴 엄마의 손에 대한 기억은 불안도 몰고 갈 만큼의 힘이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해 줍니다. 체스터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마음이 편해졌을까요? 평온한 숲의 아름다운 밤풍경이 체스터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어 집니다.
그 어떤그림책보다도 사랑을 담고 있는사랑스러운 그림책.아기고릴라는 놀러 나왔다가 온종일 안고 있는 다른 동물 친구들을 보았는데요. 안아달라는 아기고릴라를 엄마 고릴라가 꼬옥 안아줍니다. 아기고릴라는 자신이 받은 사랑의 힘으로 다른 친구들을 안아줍니다. 몸에 담긴 사랑의 기억은 사랑을 배우게 하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그림과 짧은 글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제게 놀라움을 안겨줬던 그림책, "안아 줘!"
오늘부터 더 열심히 안아주세요~우리 아이들은 몸에 담은 기억으로 사랑을 배워나갈 거예요~^^
* 위 글은 글쓰는 여자들의 매거진 "2W 매거진" 3월호 "나의 몸 이야기"에 실린 제 글을 그림책 소개를 더하여 브런치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