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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지령 Jul 25. 2023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해도 꿈꾸어야 하는 이유

코로나 팬더믹 이후 가끔 집에서 아이와 함께 극장처럼 거실을 어둡게 하고, 팝콘과 콜라를 옆에 두고 영화를 본다. 아이와 함께 보는 영화는 애니메이션일 수밖에 없지만 나는  사유가 담긴 애니메이션 영화를 사랑한다. 넷플릭스에서 아이가 골라 함께 본 영화 중 나와 아이가 모두 사랑하는 영화는 “씽투게더”.

 애니메이션 영화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극장 사장인 버스터 문과  단원들(조니, 로지타, 애시, 미나, 군터)의 꿈에 대한 열정, 그 꿈을 위해 난관들을 극복하고, 격려하면서 그들이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가 오랬 동안 품었던 꿈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저 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던 것일까?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우연히 담임선생님께서 교내 ‘글쓰기 발표대회’에 나를 추천하셨다. 주제 글을 쓰고 내 글을 외워서 낭독하는 대회였는데, 나는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글을 쓰고, 달달 외우며 열심히 연습했다. 나는 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 이후 그런 종류의 대회에 몇 번 더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그때 내가 경험한 것은, 성과가 아니라 꿈이 생기는 계기, 그리고 열정이란 단어의 체득이었다. 그때 꾸었던 꿈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극장 사장이자 연출가인 버스터 문과 단원들 (로지타, 조니, 미나, 애쉬, 군터)은 레드쇼어 시티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도전을 하러 레드쇼어 시티로 간다. 버스터 문은 단원들을 이끌고,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을 보지만 대차게 거절당하고 만다. 버스터 문은 공연 스토리를 설명하고, 아내를 잃고 15년째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전설의 락커 클레이를 캐스팅하겠다며 허언을 하고, 그 허언 덕분에 공연을 준비해 보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장의 허락에 최고의 쇼를 향한 그들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단원들은 하나같이 결함이 있다. 로지타는 고소공포증이 있고, 조니는 노래는 잘하지만 춤을 못 추고, 미나는 노래실력은 출중하지만 무대 울렁증이 있다. 클레이는 전설의 락커였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에 15년간 무대에 서지 않은 채 은둔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과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영화를 보면서,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꿈에 나는 얼마만큼 진실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갖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꿈을 밀고 나가는 힘, 열정, 노력이 함께할 때,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회나 미련 없이 그 과정은 내 삶에서 온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지 않을까?

농도 짙은  물감을 물에 희석시킨 것처럼, 내가 어른이 되면서 꿈은 서서히 옅어졌다.

일로 마음이 힘들었던 20대 사회 초년생의 어느 날, 일터 창가로 보인 유달리 푸르렀던 하늘을 보면서 내가 마주 했던 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결국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라는 아픈 진실이었다. 일을 택할 때 "견딜 수 있는 일을 택해야 한다"라는 어느 문장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견딜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결국 나를 반영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두근거렸다. 그것은 처음으로 꿈이 마음속에 싹튼 11살의 내가 글쓰기 발표대회에 섰던 그때의 마음과 닮은 것이었다.

 

레드쇼어 공연 담당자에게 공연 거절의 소리를 듣고, 좌절하는 버스터문에게 나나가 해주는 말은 이렇다.

버스터 문: 꿈이 너무 야무졌나 봐요. 제 쇼가 별로래요.
나나: 꿈을 이루는 것이 어디 저절로 되는 건 줄 알아?(중략)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던진 말에 신경 꺼.  근데 너 쇼에 자신 있어?
버스터문: 당연하죠.
나나: 그 믿음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 용기! 열정! 믿음!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바로 그거야! 그런 게 없다면… 뭐 그 담당자 말이 맞는 거겠지. 넌 별 볼 일 없는 거일 수도…

공연을 못하게 하려는 방해와 캐릭터 각자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레드쇼어 시티에서의 공연에서 로지타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신을 해내고, 조니는 춤을 멋지게 소화해 내고, 미나는 대중 앞에서 멋지게 무대를 찢어버리고, 클레이는 슬픔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동굴에서 나와 15년 만에 무대에 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알았다. 완벽한 재능이란 없음을... 다만  각자,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작은 재능을 더하고, 결함을 극복해 내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음을. 꿈을 이룬 자들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알을 깨고 노력한 이들임을...

그리고 용기, 열정 말고도 꿈을 이루게 하는 또 다른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이룰 수 있는 꿈은 어디에도 없다는것. 꿈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서로 용기를 북돋고, 실수를 인정하며 격려하는 관계 속에서 "꿈은 이루어진다"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왜 꿈꾸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삶은 속되고, 날실과 씨실로 짜여진 그물처럼, 찰나의 행복과 나만 피해갈 리 없는 불행을 엮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면, 꿈꾸는 일이 좌절과 절망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살게하므... 존재를 다시 자각하고 사랑하게 하므로...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한 떨기 들꽃처럼, 꿈은 사그라드는 삶의 한 조각 희망이니까.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해도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나는 다시 꿈꾼다.

 

아 참! 이 영화의 장르는 <애니메이션 뮤지컬>이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멋져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전설의 락커, 클레이가 자신만의 알을  깨고 나와 15년 만에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나는 여전히 원하는 걸 찾지 못했어)이다.



*  엄마의 그림책

꿈꾸는 닭 '꾸다'의 이야기. 번역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었어요.  

"꾸다". <꿈을 꾸다>이면서도 이름으로도 굉장히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꾸다"는 다른 암탉들과 달리 알은 낳지 않고 농장만 기웃거려요. 다른 닭들은 "꾸다"가 알을 낳지 않는다고 수군대는데요. 왜 알을 안 낳냐는 다른 닭들의 물음에 "꾸다"

(어스름한 새벽, 폭신폭신한 이끼, 예쁜 줄무늬  붓꽃, 오렌지 빛 털에 파란 눈 고양이, 민들레 꽃술, 그리고 깊은 밤 푸른 하늘 때문이야)라고 대답해요.

그런 "꾸다"가 드디어 알을 낳게 되는데요. 꿈꾸는 꾸다의 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분명한 건, 특별했다는 거예요. 꿈꾸는 "꾸다"특별한 알을 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참 이름의 재미가 느껴지는 그림책인데요. "꾸다" 외에 "하나, 두나, 다나, 안나"의  닭들의 이름 의미 도 재미있으니 다른 닭들의 이름도 유의 깊게 살펴보세요~^^


그림책의 고전이자 명작인 "프레드릭"은 현대우화의 거장 (레오리오니)의 1967년 작품입니다.

다른 쥐들이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모을 때 "프레드릭"은 색을 모으고 햇살을 모으는데요.

먹이는 모으지도 않고 정신적 가치만을 쫒는 프레드릭을 통해 (레오 리오니)는 삶에 먹고사는 가치 외에  예술가의 꿈과 역할을 고민하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춥고 배고픈 잿빛 세상 겨울, 프레드릭은 친구들에게 그동안 모은 색과 햇살을 주죠.

(프레드릭: 눈을 감아봐. 너희에게 햇살을 줄게.

  친구들:  프레드릭. 너는 시인이야...)

우리는 빵만으로는 살 수 없죠. 예술작품이나 글을 통해 느끼고, 감흥할 때 우리는 위로를 받고, 더욱 굳건해지도 하며, 공동체적 유연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느끼는 것 같아요.

꿈꾸는 모든 예술가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그림책

"프레드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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