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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ul 03. 2023

블랙 웨스턴의 소울

<더 하더 데이 폴>(2021)

 웨스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가 발전하는 시대에 지나갔던 정류장과 같은 장르였다. 항상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미국 서부 기후에 어울리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탄생한 장르다.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립, 총과 말을 이용한 액션은 당시 1930~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양산화된 영화가 다수 발생하기도 할 만큼 관객들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장르였다. <더 하더 데이 폴>도 그 웨스턴 감성을 잘 살려냈다. 한편, 주요 인물이 흑인 배우로 이루어진 설정은 기존의 웨스턴 장르의 틀을 조금 비튼 시도를 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더 하더 데이 폴> 스틸컷

 웨스턴 장르의 전형적인 클리셰인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립이 <더 하더 데이 폴>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하고 있다. 냇 러브(조나단 메이저스)의 일당과 루부스 벅(이드리스 엘바)이 이끄는 악당의 대조는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인원수부터 그들의 능력과 성별까지 밸런스를 맞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이는 싸움을 통해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흑인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흑인 문화가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식사 장면에 등장한 치킨이나 흑인 음악이나 멜로디를 인물들이 흥얼거리는 모습, 염색방, 호미 문화 등이 있다. 인종 차별 장면도 짧게나마 보인다. 커피(다니엘 데드와일러)와 냇 러브(조나단 메이저스)가 백인 은행을 털기 위해 잠입할 때, 커피를 비웃는 백인 은행원의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더 하더 데이 폴>은 백인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표현한다. 은행에서 순순히 그들에게 돈을 전달하고, 심지어 돈 운반까지 도와주는 백인들의 모습, 루부스를 꺼내는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백인 경찰 무리, 백인 마을은 건물부터 모래까지 하얗게 만듦과 동시에 백인 마을이라는 자막까지 삽입한다. 당시에 있을 수도 없었던 흑인들을 도와주는 백인들의 행동과 설정에서 오는 희화성은 일명 '블랙 웨스턴'에 어울리는 설정으로 다가온다. 

전투 장면들이 대사가 많거나 과장되어 표현된 장면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는 옛날 웨스턴 장르 영화를 연상케 한다. 웨스턴 장르의 고전 편집 방식과 현대적인 촬영을 융합해 새로운 웨스턴 영화의 모습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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