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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Aug 15. 2023

시작된 연쇄반응

<오펜하이머>(2023)

"난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J.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등장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평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답게 책 속 내용을 각색한 모습과 오펜하이머의 불안한 내면을 영화로 표현한다. 맨해튼 프로젝트 준비 장면은 관객들과 함께 과정을 점진적으로 이끌어 나아가며 트리니티 실험 결과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플롯의 마술사답게 이번 영화도 플롯의 미학을 보여주는데, 흑백의 차이로 플롯의 구별이 쉽고, 한 인물의 일대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서사로 진행한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초반부, 오펜하이머가 물리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괴팅겐 대학교에서 저명한 물리학자들도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의 천재성을 인정받아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까지 등극할 정도이다. 하지만, 바람기 있는 모습, 자기 자녀를 다른 과학자 부부에게 양육을 맡기는 모습이나 거만한 그의 대화 방식은 오펜하이머의 결점을 드러내는 장면들이다. 초중반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모습을 보이며 입체적으로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오게끔 만든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이전 그도 영웅이 아닌 그저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한 후 체육관에서 짧게 진행한 오펜하이머의 축하 연설 장면은 모순으로 담긴 장면이다. 실험에 성공해 기뻐하는 사람들이 내는 박수와 발 구름은 마치 원자폭탄이 터질 때 들리는 폭발음으로 들리고, 환호성은 고통으로 내는 비명, 무리한 음주로 하는 구토는 폭탄의 후유증의 구토 모습처럼 보인다. 원자폭탄이 만들어져 기뻐하는 사람들과 피해를 볼 사람들의 아우성이 공존하는 듯한 착각을 연출한다. 군중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가는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저지른 결과에 대해 되뇌는 고뇌의 눈빛을 보인다. 군중의 모순적인 표현과 폭탄을 맞고 타버린 시체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고뇌하는 그의 마음을 더 강화하고 관객들에게도 뚜렷하게 보여준다.


트리니티 실험 성공 이후 오펜하이머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전쟁 종식의 기쁨도 잠시 사회의 새로운 국면을 제공한 결과와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발생한 고충이 후반부에 진행한다. 사회적 명예를 한 몸에 받지만,  도덕적 딜레마에 갇힌 한 사람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가진 오펜하이머의 모습과 공산주의자라는 의심을 뒤늦게 받아 조사받는 장면은 몰아내기 싸움으로 번져간다. 마치 거대한 폭발 뒤에 생기는 검은 연기처럼 매캐하고 어둡게 흘러간다.


그가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눈을 질끈 감는 장면은 전쟁 종식이라는 안도의 눈감음이요, 새로운 재앙의 시작하는 거대한 연쇄작용을 걱정하는 눈감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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