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롬 Sep 23. 2023

균형이 금 가는 과정

<잠>(2023)

<잠>(2023)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글로벌 평단과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잠>의 감독인 유재선 감독은 영화 <옥자>(2017)의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감독의 제자 격인 감독이다. 그래서 <잠>에서 진행되는 플롯이 봉 감독 특유의 유머스러운 전개 방식과 비슷하다. <잠>(2023)은 ‘비몽사몽’이라는 말처럼 관객들에게 점점 스토리를 몰입하게 만들어 결말의 의미를 취하게 만든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잠> 스틸컷

현수(이선균)는 어느 날,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과 함께 이후 날마다 잠들면 기이한 증세를 보인다. 수진(정유미)은 초반에 매일 잠드는 순간 일어나는 현수의 증상에 개의치 아니한다. 부부가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려 한다. 현수 역시 이를 고맙게 생각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수진에게 위협을 가하며 점차 공포심을 더하며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현수의 숙면과 반비례하게 초췌해져 가는 수진의 모습은 밤마다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인다. 제1장 속 수진의 반려견 ‘후추’의 죽음은 제2장에서 수진이 낳은 딸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그녀를 옥좨온다. 그래서 수진은 제1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정반대의 태도를 드러낸다. 부적을 구기고, 부부의 신뢰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 점차 부적을 필요로 여기고, 현수와의 신뢰가 무너지는 양상을 보인다. 수면 주기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처럼 완벽하다고 여긴 부부의 신뢰도 금이 가며 붕괴해 간다.

아래층 할아버지 ‘박춘기’의 영혼이 현수의 몸에 씌워졌다고 확신하는 수진의 행동은 제3장에서 극에 달한다. 집안에 온통 부적을 붙이고, 현수가 자는 동안 몰래 굿을 하는 등 귀신의 영혼을 빼기 위한 엽기적인 행위를 한다. 병원에서 몽유병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전달받은 현수의 주장은 수진이 만든 PPT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빔 프로젝터에 쏘아지는 붉은 배경에 비춘 수진은 마치 <캐리>가 떠오르게 하는 고어함과 광기를 선보인다. 이후 수진은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자 박춘기의 딸인 박민정(김국희)을 납치하고, 반려견까지 똑같이 죽이며 박춘기의 영혼에게 협박한다. 그러자 현수는 갑자기 마치 박춘기의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행동하고 쓰러진다. 그는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한다. 곧바로 수진은 현수의 상태를 확인한다. 현수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자 그의 품에 누워 안도의 눈을 감는다. 결말이 정말 영혼이 빠져나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수는 연기상까지 수상한 배우다. 기이한 수진의 만행으로 지칠 대로 지친 현수는 그가 마치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연기하여 빨리 이 상황을 끝맺음하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현수는 코골이 이후에 기이한 증세를 보인다. 코골이는 <잠>의 시작 부분에 들려오기 시작해 곧바로 현수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진이 눈을 감고 끝나는 결말 이후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는 <잠>의 시작 부분과 수미상관의 연출 방식을 보인다. 더불어 현수의 반응은 사실인가 연출인가 고려하는 열린 결말을 다가오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붉그스름한 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