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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Sep 30. 2023

예견이 돼버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모모노케 히메>(2003)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9번째 지브리 영화 글을 적게 되었다. 가장 처음 등장한 지브리의 첫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다. 가장 처음 개봉한 지브리 영화답지 않게 지금 봐도 어설프지 않은 작화 퀄리티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DB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등장하는 SF 요소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펼친 신비로운 결과다. 스틸컷처럼 비행기 양력과 제트기 추진, 성인 여성이 쉽게 들 수 있는 무게까지 가진 이동 수단과 대지를 불태운 거대한 거신병의 존재가 있다. 그 밖에도 인류의 거대 산업이 붕괴함으로써 녹과 금속조각으로 황폐해진 대지와 그 영향으로 독을 가진 균들의 발생이라는 설정이 있다.  이러한 공상 소재는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힘을 느낄 수 있고, 눈앞에 펼쳐진 신비로움과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또한, 오늘날 미세먼지나 'COVID-19' 사태를 떠오르게 만드는 절묘한 일치는 공상이 현실이 돼버린다. 

첫 번째로 등장한 영화인 만큼 훗날 등장할 지브리 영화 속 캐릭터나 요소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볼 수 있다. 거신병의 존재는 <천공의 섬 라퓨타>(2004)에서 섬을 지키던 거신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주제인 환경 혹은 인간과 자연의 조합과 갈등인 점은 <모모노케 히메>(2003), <천공의 섬 라퓨타>(2004)가 떠오른다. 나우시카 옆에 따라다니는 여우다람쥐 '테토'는 <마녀 배달부 키키>(2007)의 검은 고양이 '지지'가 생각날 정도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지브리 영화들의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준 시초다.

영화는 바람계곡, 페지테, 트로메키아 세 국가의 삼파전이자 인간과 자연의 대립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우시카가 보여준 투지와 용기, 희생을 보여준다. 트로메키아 여대장을 살려주고, 페지테 군인을 구해주고, '오무'의 공격을 희생하여 막아낸다.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은 분열과 갈등을 막아내며 화합과 공존을 유치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그리고 전설 속 인물이 바로 나우시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평화를 위해 몸 바치는 나우시카의 행동은 평화를 향한 조정과 합의의 힘겨운 과정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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