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이자 배우가 톰 크루즈다? 그러면 당연히 봐야 하는 영화이다. <우주전쟁>이라는 제목답게 광활한 우주에 온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절박하게 살아남는 그림을 원했다. 영화는 물론 성공적이게 그려내긴 했다. 하지만 그 외계인의 스케일과 침공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의 흐름도 '굳이 저렇게 흘러가야 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장면도 여럿 있어 아쉬움이 묻어 나온 영화였다.
<우주전쟁>이라는 제목답게 지구 내부에 외계인이 몰래 심어둔 기계가 지표면을 뚫고 나와 인류를 공격한다. 그동안 외계인의 침공이라면 정체 모를 우주선이 하늘에 튀어나와 인류를 공격하는 연출을 해왔다. 그것들과 비교한다면 영화는 신선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 내부에 기계를 심어두었고 낙뢰를 통해 외계인이 기계에 탑승할 수 있다는 내용은 스필버그 감독만의 재치다.
감독의 재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인류를 학살하는 외계인들을 끝낼 정답을 에필로그부터 보여줬다.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바라보듯 외계인들도 인간을 미생물로 보듯 바라봤고 지구에 침공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고, 끝내 적응하지 못하여 죽는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인간과 자신들의 특성을 알고 침공을 다짐했다면 이런 꼴은 안 났을 텐데 인류를 잔혹하게 학살하고 다닌 외계인과 맞지 않는 조금 허무한 결말이다.
영화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표현하기보단 책임감, 특히 레이(톰 크루즈)의 부성애를 중점으로 간다. 작 중 초반은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철부지 아빠로 나오지만 외계인의 침공으로 점차 자식들을 보호하고 자장가를 하나도 모르는 아빠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성장형 아빠가 된다.
성장형 아빠가 되기 위해 딸만 남는다. 이미 운전(무면허)까지 하고 다니는 아들과 둘이 남는 거보다 어린 딸과 아빠가 둘이 남아야 지켜야 할 대상이 있기에 부성애가 성장하는 걸 보는 이가 느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들을 잠시 떨어트리기 위해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원하고 정의감 넘치는 성격으로 만들어 군대에 뒤따르게 한다. 이로써 레이는 오직 딸 레이철(다코타 패닝)만 집중할 수 있고 지키는 존재가 명확해진다. 그래서 결말에 아들이 생뚱맞게 보스턴 가에 있는 엄마 집에 나온 것이다. 이미 레이는 진정한 아빠로 성장했으니까.
영화는 부성애를 다루기 때문에 자식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윈)는 부성애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레이와 레이첼로부터 멀어져야 하기 때문에 멀어져야 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색하다. 자율적 선택을 강제적 선택처럼 행동하여 답답하게 느껴진다. 딸 레이첼 역시 마찬가지이다. 레이의 부성애를 키우기 위해 영화 전반적으로 수동적이고 겁을 많이 먹은 상태로 있다. 덕분에 외계인이 다가오는 스릴러적 연출이나 부성애를 키우는 소재로는 효과적이지만, 아들과 마찬가지로 조금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