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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Nov 25. 2020

매혹적인 연대의 꿈틀거림

<아가씨> ⭐⭐⭐⭐⭐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이후로 3번째로 다가간 작품이다. 두 작품 역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이고, <아가씨> 역시 기대하며 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아직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앞서 두 작품과 비교를 한다면 <아가씨>가 조금 더 위트 있는 재미를 던진다. 그러나 반대로 퀴어 요소와 귀족 남성의 모순을 꼬집는 주제, 어두운 필름 촬영기법으로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을 남긴다. 달콤한 막대사탕 같은 영화 같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 스틸컷

제작진

 영화는 칭찬할 게 많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 이거니와, 시나리오 배경인 1930년대 일제시대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 귀족 의상과 장신구 등 미술팀과 의상, 분장팀의 노력과 준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도 뛰어났다. 히데코(김민희)를 씻겨주는 장면에서 숙희(김태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히데코의 모습과 같이 등장인물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으로 영화를 흥미 있고 몰입도 있게 볼 수 있다. 카메라 렌즈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고풍스럽고 고급진 귀족 느낌을 내며 영화가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편집은 또 어떠한가. 제1부는 숙희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고, 제2부는 히데코, 제3부에서 이 두 시선이 통일되어 현재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이 둘의 시선을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영화는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한다. 덕분에 우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인물 관계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 문제점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종합예술의 마술이지 않는가!


비유와 상징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는 대사의 농담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상징물들과 비유 표현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가령, 백작이 히데코를 다 넘어왔다는 신호로 "다 익은 거 같다"라는 대사와 함께 먹은 복숭아의 과즙은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해서 둘의 관계를 붙게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숙희가 히데코 몰래 방을 뒤지면서 발견한 밧줄은 히데코를 챙겨줬던 죽은 이모를 히데코가 기억하게 하는 기억의 매개체이자 히데코가 이모와 똑같이 자살할 것이라는 앞으로의 예측, 실제로 자살하려고 끈을 묶었지만 숙희가 히데코를 붙잡으며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는 숙희와 진실과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연인이 되는 사랑의 매개체로 추측할 수 있다.    


모순

<아가씨>는 크고 작은 모순으로 나뉘어 있다. 큰 모순은 당시 귀족 남성 사회의 모순이다. 귀족이라면 귀품 있고 매너와 지성이 풍부한 사람일 거 같지만 그들은 히데코(김민희)가 읽어 주는 야한 소설의 내용을 듣고 흥분하며 야한 소설을 사기 위한 경매장에 들락날락 거리는 불순한 존재들로 나온다. 특히 경매장을 운영하는 코우즈키(조진웅)는 어린 히데코를 협박하고, 추행하여 그녀가 강제로 야한 소설을 낭독하도록 만들게 한다. 그들의 모습들은 그저 발정 난 개처럼 야한 것밖에 모르는 불순한 귀족 남성들이기에 일반적인 귀족에 대한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모순은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이다. 히데코 인생을 망치러 온 그녀의 구원자인 숙희는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백작(하정우)과 함께 히데코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워 히데코 하녀로 곁에 있는다. 하지만 점차 히데코와 숙희는 사랑에 빠지고 둘은 백작과 코우즈키를 피하여 사랑의 도피를 한다. 퀴어 요소는 이성애라는 범위에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건 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건 죄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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