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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Dec 25. 2020

소재도 연출도 1984년

<원더우먼 1984> ⭐⭐

<소리도 없이>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관에 본 영화다. 사람들이 없는 관에서 가만히 광고를 보는 그 순간은 극장 안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없는 공허함과 영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함이 느껴졌다. 그간 영화관 내에 들리는 사람들의 속삭거림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영화는 아쉬웠다. <원더우먼>에서 느껴지는 원더우먼만의 파워풀함과 더불어 영화에서 느껴지는 주제와 에너지 모두 약해졌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더우먼>(2017), <원더우먼 1984>(2020)


<원더우먼 1984> 스틸컷


오마주

 전작 <원더우먼>(2017)의 다음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원더우먼 1984>에서 많이 오마주 되었다. 가령, <원더우먼>에서 다이애나(갤 가돗)와 스티브(크리스 파인)가 헤어질 때 나눈 대사를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오마주 한 장면과 방패를 딛고 날아가는 장면도 있고, 맥스(페드로 파스칼)를 저지하기 위해 날리는 진실의 올가미가 바람에 날려 제대로 그를 제압할 수 없는 장면은 <원더우먼>에서 아데스를 제압하는 과정이 생각나는 오마주 장면들이다. 그리고 같은 DC 캐릭터인 슈퍼맨의 오마주 장면도 들어있다. 다이애나가 진실의 올가미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취하는 동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슈퍼맨 시그니처 동작을 펼친다. 이미 <원더우먼>에도 슈퍼맨으로 변신하기 전인 트렌치 코트에 검은 뿔테 안경과 중절모 의상을 보였는데, 이번 영화에는 슈퍼맨의 유명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오마주 하는 모습이 영화에 재미를 준다. 


1984년 

 영화 제목처럼 1984년 미국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당시 차량이나 의상, 도구들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1984년이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다 보니 영화에서도 대통령이 나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슈퍼맨 시리즈가 나오는 년도도 1979년 이후로 개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1984년 배경 속 다이애나가 슈퍼맨 시리즈의 영화를 보고 그 동작을 따라 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단순히 같은 DC 캐릭터이기에 순수한 오마주일 수도 있다.)


액션   

 액션은 <원더우먼>(2017)에 비해 좋지는 않았다. 칼과 방패, 진실의 올가미 등 다양한 무기를 통해 액션의 쾌감을 주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영화는 진실의 올가미를 이용한 액션밖에 없어서 좋게 본 액션 장면도 초반부 복층 백화점 액션 장면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나머지 액션은 단조롭다. 오히려 진실의 올가미는 이동용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 모습이 타잔이나 스파이더맨이 생각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용도가 돼버린다.  


빌런

 이번 영화는 메인 빌런과 서브 빌런 2명이 등장한다. 메인 빌런인 맥스는 3류 사기꾼에서 신이 만들어낸 보석을 만지며, 거대한 힘을 얻어 빌런이 된다. 서브 빌런인 바바라(크리스틴 위그)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인물이었으나 다이애나의 모습을 동경하며 보석을 만지게 되고 그녀의 힘을 얻게 되어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타락해버린다. 영화는 이들의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하고자 길게 소개하니 연출 방식이 중구난방 해진다. 이 점은 이해한다. 빌런의 배경을 알아야 그 캐릭터의 사정을 이해하며 빌런의 매력을 점차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맥스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바바야는 굳이 서브 빌런으로 등장할 필요가 있을까. 단순히 다이애나의 동경심으로 얻은 힘을 다시 잃기 싫다며 빌런이 되는 것은 빌런이 가지는 신념이나 매력을 내기에 부족한 사유이지 않을까. 이는 빌런을 무찔러도 통쾌함이 느껴지지도 않은 채 싱겁게 느껴지는 끝맺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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