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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an 04. 2021

맞이하기 싫은 피의 학살

<캐리>(1976) ⭐⭐⭐

 무언가를 보고 소름 끼친 적이 있는가. 진한 카타르시스가 생겨 느낀 소름일 수도 있고, 징그럽거나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보고 느낀 그로테스크한 소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캐리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평소에 과장되게 노출된 눈을 보면 무섭게 느껴지는데, 캐리가 보여주는 그로테스크한 얼굴 표현과 기이한 OST가 어우러진 분위기가 영화를 사로잡는다. 캐리라는 인물에 대한 동정심도 물론 있지만, 무서움이 더 느껴졌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캐리>(1976)

<캐리> 스틸컷

소리

 <캐리>(1976)에 나오는 소리들은 강렬하다. 시각적인 공포로 모자라, 청각적인 공포를 강렬하게 심어준다. '캐리 화이트'(씨씨 스페이식)가 돼지 피를 뒤집어쓴 채 복수하는 졸업 파티장 장면은 캐리가 조종할 때마다 들리는 강한 효과음을 통해 자신을 비웃은 사람들을 향한 잔인한 복수를 더 강하게 보여준다. 돼지 피를 구하기 위한 학생들의 장면이나 어머니의 학대로 고통받는 캐리의 장면 등 사건의 고조가 일어나는 원인 구간이 있다. 이 장면들에선 긴장되는 배경음악을 삽입하여 사건이 고조됨을 알려주고, 긴장감을 강화해준다. 


분홍 

 <캐리>(1976)를 상징하는 색깔은 분홍색이다. 캐리는 광신도 어머니 '수 스넬'(에이미 어빙)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 학대받은 딸이다. 그녀는 생리의 존재도 모를 만큼 성(性)에 대해 순수했고, 광신도 어머니의 협박과 강요로 위축해진 소심함과 자존감 때문에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캐릭터이다. 마치 하얀색을 연상하게 되는 그녀의 곁에는 빨간색이 주위에 맴돈다. 캐리가 체육시간 목욕 중에 처음 나타난 생리혈과 파티장에서 맞은 돼지 피, 붉은 조명 등 빨간 계열의 존재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든다. 때문에 그녀는 점차 이성을 잃고, 기어코 파티장 장면을 통해 대학살을 벌어들인다. 흰색과 빨간색을 섞으면 분홍색이 된다. 캐리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사회가 주는 괴로움을 파티장에 입고 간 분홍 드레스처럼 대학살을 통해 그 융합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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