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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ul 26. 2020

변할 수 없는 인간, 아니 늑대.

<인랑>(2000) ⭐⭐⭐⭐ 

<인랑>(2000)을 보게 된 계기는 조금은 늦었지만, <인랑>(2018)을 보고 도대체 원작 영화를 어떻게 변화를 줘서 작품성이 떨어지게 만들었는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인랑>(2000)을 보고, 내용을 똑같이 따라가기만 해도 중박은 나올 거 같은 훌륭한 원작 영화였다. 동화 <빨간 망토>를 이용한 주제 인식과 디스토피아적 배경과 어우러진 영화 속 인과관계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인랑>(2000) 中 후세와 그녀


디스토피아

인랑이 생긴 이유는 디스토피아적 일본 현실 때문이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단화되어 초래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상을 일컫는다. <인랑>(2000)의 배경 역시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이 급격한 경제성장과 회복으로 일어난 빈부격차가 벌어져 사람들의 폭동을 저지하기 위해 제3의 길을 선택한다. 즉, 이것이 특수부대 '인랑'이다. 얼마나 현실적인 전개인가. 디스토피아적 배경에 맞게 영화도 암울한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탁한 건물들과 어두운 색상이 즐비하며, 축 처져 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완벽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연출한다.  


동화를 이용한 전개

영화는 동화 <빨간 망토>의 내용을 착안해서 전개한다. 빨간 망토는 사진 속 빨간 코트를 입은 여성이고, 늑대는 인랑으로 이용한다. <빨간 망토>로 정한 이유는 인랑의 특징 때문에 정한 것 같다. 늑대는 기본적으로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데, 인랑 부대 역시 특수복의 재질에 맞게 무리를 지어 이동해야 하고, 먹잇감을 노리고 덤벼드는 늑대와 같이 목표를 정한 타깃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인랑 부대는 늑대와 공통적인 면모가 보인다. 그리고 아픈 할머니를 위해 빵과 와인을 들고 할머니 집에 찾아가는 빨간 망토처럼 사회에 불만을 가져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물자 배달을 도와주는 여인이 있다. 실제로 영화 중간마다 빨간 망토 동화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거나 꿈속에 늑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보름달을 배경 삼아 서 있는 '후세'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동화를 통해 쉬운 접근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늑대 이전의 인간

영화의 포커스는 '후세'의 인간성이다. 작 중 초반 물자 배달을 하는 어린 소녀를 즉시 사살하지 않고, 멈칫한다. 그가 남아 있는 인간성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본 이후로 우리는 후세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그에게 연민감을 느낀다.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존재. 이미 인간의 탈을 쓴 늑대가 되어버린 그가 조금의 인간성을 가지고 여태껏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는 사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특기대의 반란으로 혼자 무더기로 사람들을 죽이는 후반 장면을 보면, 소녀를 죽이지 못해 망설인 그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이중성이 드러난 거 같다. 그리고, 여인이 죽었을 때, 울부짖는 그의 외침은 마지막 남아있던 인간성을 죽이고, 진정한 늑대로 변신이 되는 디스토피아적 결말이다. 


<인랑>(2000)과 <인랑>(2018)의 차이점

 이 글의 쿠키영상 같은 개념으로 둘의 차이를 집어보고 싶다. 

  먼저, 2018년 <인랑>은 배경 설정은 좋게 잡았지만, 소품이나 의상이 2000년 <인랑>의 포커스로 옮겨지며 점점 년도가 뒤처져간다. 정말 이게 2029년을 배경으로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낙후된 배경으로 변질된다. 

 액션 연출이 너무 튄다. 빌딩에 몸을 던지는 등의 액션 연출은 <인랑>(2000)만이 가지고 있는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깨버리는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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