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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Sep 22. 2021

싹을 가꾸는 힘듦과 자라는 기쁨

<늑대아이>(2012)

 개인적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많이 본 작품인 <늑대아이>(2012)다. 매번 봐도 감동적이고, 훌륭한 가족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늑대아이>를 봤을 때는 '유키'와 '아메'의 늑대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모성애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강한 모성애와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나'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늑대아이> 네이버 스틸컷

모성애

 늑대인간인 남편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혼자 유키(쿠로키 하루)와 아메(니시이 유키토)를 키우게 된다. 하나는 두 자녀를 위해 깊은 산속 집으로 이사하고, 평범한 인간이 아닌 늑대인간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고생을 겪는다. 하나를 보면 늑대인간의 자녀처럼 인간과 늑대의 모성애까지 합쳐 놓을 정도의 엄청난 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둘을 키운다. 하나는 지금 농사일을 하는 기분일 것이다. 실제로 하나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밭농사까지 하니 자식농사+ 밭농사다. 아메가 하나를 떠나가는 장면에서 하나는 "난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못해줬는데..."라고 말한다. 아메를 찾기 위해 하나는 몸이 망신창이가 됐는데도 아메를 향해 건네는 대사를 통해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정체성

 모성애를 기반으로 성장해가는 유키와 아메는 점차 자아정체성을 확립해가고, 각자가 원하는 정체성을 선택한다. 어렸을 때 유키는 늑대로 살아가는 걸 즐기고, 아메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걸 원했지만,  둘은 성장해가면서 유키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걸 원하고, 아메는 늑대로 살아가는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 각자가 원하는 인생을 택하는 순간은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하나도 유메가 떠나는 순간을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여기선 유키와 아메만 정체성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나도 엄마라는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재사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싹은 유키와 아메뿐만 아니라 하나도 또 다른 새싹이 되어 엄마라는 특별한 하나(花, はな)가 되기 위한 성장통과 자라나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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