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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Mar 18. 2023

대양보다 넓고 배보다 무거운 책임감

<그레이하운드>(2020)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즉, 권력과 명예를 얻는 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사명을 가지라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다. <그레이하운드>는 이 말에 어울리는 영화다. '함장'이라는 배와 선원들을 책임지는 직책의 역할과 사명감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크라우스(톰 행크스)가 바라보고 있는 눈빛은 대양보다 넓고 차가우며, 그의 마음속에 있는 책임감은 배보다 무겁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레이하운드>는 좁게 봤을 때, 크라우스의 사명감이 보이고, 넓게 봤을 때, '그레이하운드호'라는 배 하나의 움직임이 독일의 '울프 호'를 대적하는 전체적인 장면이 눈에 띈다. 군사물자를 실은 37척의 호송선단을 엄호하는 역할의 그레이하운드호는 매 시간마다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예측불허한 대해(大海)에서 이들이 벌이는 사투는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준다. 마치 그레이하운드호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의 감정과 동일시되는 순간도 더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영화들 중에서 해군을 다룬 영화는 많이 없기에 <그레이하운드>는 2차 세계대전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새로운 길을 항해한 영화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속 해군으로서 모르는 그들의 전투 방식과 생활, 전투 속 희생한 선원을 치르는 장례 등 당대 해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크라우스(톰 행크스)는 플레쳐 급 구축함인 그레이하운드호에 첫 부임한 함장이다. 하지만, 첫 부임한 지 무색하게 독일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당하는 호송선단 무리들이기에 그가 내리는 통솔력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선택마다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과 적을 타파했어도 다음 공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의 기쁨도 누리기 힘들다. 그가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으며 드러내는 그의 살 까진 발은 언제나 긴장을 지닌 채 주변 경계를 지니며 자리를 지킨 그의 사명을 드러낸다. 임무를 완료하고, 그가 함장실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성경구절을 읽은 후 천천히 눕는 장면은 자신의 책임을 다 하고 하얗게 불태운 고난함과 전우를 잃은 슬픔, 살았다는 생존의 안도가 융합되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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