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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머리 제이슨 Nov 15. 2019

왜 수능날은 겁나게 추울까

 새벽마다 산책을 나간다. 해가 뜨는 방향으로 한 30분 걸었다가 반대 방향으로 30분 동안 돌아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기온을 체크하는데... 오늘따라 너무하다 싶었다. 아침 기온이 어제 같은 시간보다 5도가 더 낮다고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옷을 잔뜩 껴입고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같은 모습으로 문을 나섰다. 한 5분 정도 걷다 보니 오늘이 수능날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왜 수능날은 항상 겁나게 추워지는 것일까?


 진짜 문제는 추위나 온도 자체가 아니다. 항상 수능 당일에 '갑자기' 더 추워진다. 무슨 절기나 그런 게 걸린 날도 아닌데 항상 그런 식이었다. 전날 까지만 해도 따뜻한 날씨였는데 수능날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추워진다. 얄미울 정도로 추워진다. 어디선가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정도쯤 되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하늘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뀌는 시늉만 하지 한 번도 근본적으로 바뀐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추워질 수 있는 계절에 시험을 쳐야만 하는 것일까? 꼭 추워질 때까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공부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체력과 인내력 정신력이 진정으로 발휘될 때까지 학생들을 기다리게 함으로써, 진정한 인재를 걸러 내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은 생길 수 있다. 사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정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과 인내력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기본은 한다. 성실하게 버티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그래서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수능날을 4월로 바꿨으면 한다. 어차피 인내심 게임은 2년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아예 시험을 빨리 치게 하고, 남아 있는 1년 정도의 하염없는 시간 동안 고민을 시켰으면 좋겠다. 이미 패는 던져졌고, 나와있는 점수를 바꿀 순 없지만,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충분히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점수만 잘 받는다고 인생이 번창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것(점수)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성실과 인내에 더해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편해." 이 말이 공감이 갈 때는 이미 인생에 고민거리가 충만하게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에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민 없이 생각 없이 노력만 하면 뭐든 될 수 있는 사회만 경험해 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민을 해야 하고 한 번도 풀어본 적 없는 문제를 지혜를 가지고 풀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쩌면 수능날마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우리에게 입시제도를 제발 좀 뜯어고치라고 잔소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거창한 감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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