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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머리 제이슨 Mar 28. 2020

머리에 쥐가 나도록 다 같이 생각하는 것

 금요일 오후였다. 카페를 운영하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친구 한 명이 집으로 놀러 왔다. 와이프와 함께 셋이서 점심을 먹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신 차려 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누던 대화에서, 모 영화에 출연했던 미국 여배우 이름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같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데, 영화배우 이름이라거나, 영화의 제목이라거나, 가게의 이름이나, 혹은 책 제목 같은 것. 무언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다 같이 생각하는 경험 말이다. 특히 예전에는 그런 경험이 정말 많았다. 윌 페럴을 떠올리고 싶었는데 콜린 페럴과 페럴 윌리암스만 머리에 가득해서 고생했다던지. 홍대 앞에 있던 지지리도 기억에 남지 않는 엄청나게 긴 이름의 술집이라던지. (참고로 그 술집의 제목은 '나비도꽃이었다꽃을떠나기전에는'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상하게도 인터넷으로 검색하기가 싫다는 것이다. 사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이제 세상에 찾을 수 없는 정보는 없다. 모 베스트셀러 작가는 본인의 책 중 하나를 구글링 만으로 집필했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때는 검색에 의존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모두들 수다를 멈추고, 침묵의 시간을 가진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머리에 쥐가 나도록 다 같이 생각에 빠진다. 두뇌를 풀가동해서 기억의 정글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작은 이름을 찾아내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다고 이런 태스크가 뭐 대단한 것들도 아니다. 초난강의 일본 이름 같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정보들이다. 모른다고 해서 우리 인생에 아무런 마이너스도 없는 그런 정보들이다. (참고로 초난강의 일본 이름은 쿠사나기 츠요시)


 어쩌면 우리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검색 한 번에 찾아낼 수 있는 시대. 나보다 인터넷이 더 똑똑함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다. 점점 더 머리를 쓸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뇌는 인테리어로 달고 사는 생각 없는 인간들도 정말 많다. 정. 말. 많. 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생각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쿠사나기 츠요시를 찾기 위해 끝끝내 휴대폰을 꺼내지 않는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다 같이 생각에 빠진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 지성과 긍지를 지키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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