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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머리 제이슨 Jan 09. 2022

지조가 있는 할머니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위해 줄을 섰다. 바로 앞 차례에 할머니 한 분이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쇼핑 목록이 인상적이었다. 


바나나 한 손. 하리보 젤리 10개. 비비고 교자 칼국수 8개.


계산을 해 주는 직원이 젤리를 넣는 할머니에게 뭐라고 질문을 했다. 할머니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손자가 좋아해서요!" 아마 교자 칼국수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리라.


솔직히 손자의 취향은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의 소비 패턴은 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낌없이 많이 취하는 것.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랍게도)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잘 모른다.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귀찮아한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 아는지 매우 정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자 칼국수를 8개나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나도 그런 지조 있는 소비를 선호한다. 와이프가 싫어하기 때문에 참고 있지만,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크리스피 도넛을 20박스는 사뒀을지도 모른다. 


한편, 지조의 중요성은 소비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어차피 좋은 투자 기회는 소수다. 여기서도 취향이 살짝 작용하는데, 소수의 투자 기회 중에서도 특히 내 취향에 맞는 기회가 있다. 그러면 여기에 많은 투자금을 베팅해야 한다. 10개의 좋은 기회를 다 노리기보다, 1-2개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회를 묵직하게 노리는 게 낫다. 그래야 끝까지 기다릴 수 있다. 수익 여부뿐만 아니라 수익의 크기 측면에서도, 최고점까지 끈기 있게 들고 갈 수 있다. 


잘은 모르지만 할머니는 투자를 해도 잘하실 것이다. 어쩌면 이미 CJ제일제당에 투자하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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