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비 Dec 23. 2022

아마도, 마지막 불꽃축제

내 사랑 역시 별 것 아니었구나.

지역 행사 중 하나인 불꽃 축제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 우리 강아지 쫄랑이는 불꽃이 터지는 굉음이 무서워서 화장실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내게 불꽃 축제라는 것은 그저, 우리 강아지를 무섭게 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거의 모든 불꽃의 현장에 그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고 멀리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항상 같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러니까 2017년부터는 그리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따뜻한 내 집 거실에서 불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불꽃은 우리 강아지를 무섭게 했던 것도 아니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것도 아닌 그저 창밖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호들갑을 떠는 그의 곁에서 나는 무심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2022년, 17번째의 불꽃을 혼자 보고 있다. 아마도, 이 집에서 보게 되는 마지막 불꽃이 될 것  같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뭐든 간절해지고 애틋해진다. 나는 불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창밖만 바라본다. 불꽃은 여전히 엄청난 굉음을 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변한 건 이제 화장실로 도망치는 쫄랑이가 없고 그와 함께 불꽃을 보지 않는다는 것뿐.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상대방도 싫어하게 될 때 그 관계는 끝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했던 것을, 그럼에도 품어주고 싶었던 것을, 어느새 같이 싫어하게 되는 것.     

  

나의 못남까지 보듬어줄 존재는 나밖에 없다. 이까짓 불꽃 혼자 보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두 번 다시 집 안에서 편안하게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냐고. 그저 이 마지막 불꽃을 눈에 담고 그동안 행복했으니 된 거라고. 나를 보듬어 본다.     


당연하게도 나의 부모님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며 노년을 보내게 될 줄 알았다. 부디 내가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서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었다. 나는 그랬다. 당연한 건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 나는 그와 함께 하지 않는 이 상황보다 이제 그와는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지 않게 된 내 마음이 더 슬프다. 내 사랑 역시 별 것 아니었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