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우 속상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브런치의 ‘응원하기’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은 매우 복잡다단한 것이었지만, 그 엉켜있는 마음을 한마디로 풀어내 아기처럼 순수하게 말하자면 나는 매우 속상했다.
브런치는 대략 2년 전쯤 퇴사를 하면서부터 일주일에 한두 편씩 꾸준히 쓰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의 글도 아니고 필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 인기는 없지만, 애초 목적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어서 꾸준히 즐기며 쓸 수 있었다.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의 일상이 글감이 되었고 퇴사, 백수 생활, 결혼이 파탄 나는 과정에서의 내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브런치에 담겼다. 어느새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이 큰 위안이 되어가고 있을 때 브런치의 ‘응원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지켜보면서, 브런치는 결혼, 이혼, 퇴사나 김밥 싸는 경험이 없으면 노출되기 어렵다는 댓글을 보았다. 나 역시 그 댓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고 있던 바였다.
처음엔 ‘이혼도 퇴사도 정말 많이 하는구나.’ ‘브런치 운영자들은 김밥을 참 좋아하나 보다.’ 그런 가벼운 맘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주제들이 매번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나조차도 어라? 싶었던 것이다.
편향된 주제의 글만 노출되면 브런치의 공정성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른 작가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진심으로 자신의 경험을 썼던 작가들에겐 선입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나를 포함한) 그들의 경험과 아픔이 누군가에겐 그저 자극적이고 인기몰이를 위한 방편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물론 글쓴이에 대한 불만보다는 브런치 운영자들을 향한 불만이란 걸 알지만 퇴사, 백수, 결혼의 파탄을 주제로 글을 써왔던 나로서는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이곳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맘 편히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주 큰 상실감이었다.
내 글은 자극적으로 보이는 주제와는 달리 소소하고 심심해서 눈에 띄지 못해 논란의 여지도 없겠지만 일상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여전히 내겐 소중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브런치의 매력 중 하나였는데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 혹은 출간작가들이 응원하기에 선정되고 누가 얼마만큼의 응원금액을 받았는지가 확인되는 브런치의 응원하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왠지 힘이 빠졌다. 나와 그들을 비교하게 되었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쓰는 마음이 갑자기 초라해졌다.
동그라미 안에 있는 사람과 동그라미 밖에 있는 사람의 입장과 생각이 다르듯이 모두가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을 찾진 않을 것이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출간작가의 글쓰기 스킬을 배우고 싶은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할 것이며 브런치 응원하기에 동기 부여가 되는 사람들 역시 많겠지.
하지만 감히 추측해 보건대 이곳을 애정하고 묵묵히 쓰는 이들은 가슴속에 출간작가의 꿈을 단 한 번이라도 품어 봤을 것이다. 나는 그저 이곳이 평범한 그들에게도(나를 포함한) 계속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